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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하다하다 끝내 헌재로 간 중대재해처벌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1 18:29

수정 2024.04.01 18:29

국회 처리 무산 후 업계 마지막 카드
중처법 유예 자체를 무산시킬 수도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오른쪽 네 번째), 김승기 전문건설협회 상임부회장(맨 오른쪽) 등 중소기업·건설·경제단체 대표자들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오른쪽 네 번째), 김승기 전문건설협회 상임부회장(맨 오른쪽) 등 중소기업·건설·경제단체 대표자들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논쟁이 결국 헌법재판소로 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일 헌재 앞에서 "중처법은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준수하기 어렵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된 중처법 유예안의 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중소업계가 마지막 카드로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나선 것이다.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예견된 일이다. 중소기업계의 간곡한 사정에도 야당의 거부로 중처법 유예는 실현되지 않았다.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에서 외면당하면서 법안 통과는 물거품이 된 셈이다.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해결의 실마리가 될지는 알기 어렵다. 중처법에 대한 위헌판결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벌써 나온다. 지난해 11월 법원은 명확성·과잉금지 원칙 등에 반하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 중처법 관련 위헌법률심판 신청을 한 차례 기각했다.

더구나 헌재의 판단을 구하는 행위 자체가 기존 '2년 유예'라는 노선에서 벗어났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중기업계는 중처법 자체를 폐지하는 게 아니라 2년 유예해줄 경우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중처법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법의 취지에 맞게 더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시간을 달라는 논리로 추가 유예를 요구한 것이다.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중처법 유예 자체를 무산시킨다는 논리로 비칠 수 있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1년 이상 징역이라는 과도한 처벌은 반드시 위헌 결정이 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어 "징역형의 하한형을 법정형으로 하는 것은 책임에 비례하지 않고, 경영책임자라는 이유로 사고 직접행위자보다 더 큰 처벌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업주 의무 규정도 표현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어떠한 의무를 이행해야 처벌받지 않는지 쉽게 예측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도 내놨다. 중기업계가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한 이상 위헌을 목표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중처법 유예가 아닌 폐지를 주장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중소기업계가 헌법재판소를 찾아간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 정치권에서 현실을 외면하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헌법소원을 택한 것이다. 위헌 확률이 낮더라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될지언정 선택할 수밖에 없는 카드다. 위헌 결정이 나도 혼선은 불가피하다. 헌재의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그 이후 관련 법 개정 작업까지 갈 길이 멀다.


중처법 유예안은 여야, 진보·보수를 떠나 민생과 직결된 현안이다. 총선이 끝나면 의원들의 의정활동이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다.
정치권은 중소기업인들의 절규를 더는 외면하지 말고 결자해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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