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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높이려면 여학생 1년 일찍 입학시키면 된다" 황당 조언 내놓은 정부기관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02 08:26

수정 2024.06.13 10:19

한 의료기관 신생아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한 의료기관 신생아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부의 인구정책 평가를 전담하는 국책연구기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여자 아이들을 1년 조기 입학시키면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내놓았다. 향후 결혼 적령기 남녀가 서로 더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된다는 황당한 발상이다.

지난달 31일 조세연에 따르면 최근 발간한 '생산기능인구 비중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보고서에서 "남성의 발달 정도가 여성의 발달 정도보다 느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령에 있어 여성들은 1년 조기 입학시키는 것도 향후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서 조세연은 결혼 의지 확립, 교제, 결혼, 첫째 아이 출산, 난임 해결 등 출산을 결정하기까지 전 과정에서 단계별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교제 성공 지원 정책'의 예시 방안 중 하나로 '여아 조기 입학'을 내놓은 것이다.
다만 보고서에는 여아 조기 입학과 향후 남녀 교제 성공률 간의 인과관계나 기대 효과 등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굳이 정부가 자영업 창업을 지원하는 상황은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정책이 미래와 역행적으로 설정됐다는 제언도 내놓았다.

소상공인 영역은 과거 인구 증가 시기에 초과한 노동 공급을 비생산적으로 소화해주는 영역으로 활용됐기 때문에 이제는 창업 지원 정책을 거둬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조세연의 이 같은 제언은 사회 통념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2022년 7월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6세로 1년 앞당기는 학제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유아 발달 특성을 무시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철회한 바 있다. 당시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이를 계기로 임명 35일 만에 사퇴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학적 근거나 충분한 사례 없이 인구정책 평가 기관에서 무작정 말을 하는 것은 인구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더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18~19세기 즈음의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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