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정책 비판하며 ‘대만 방위비’ 언급
삼성·SK 보조금에 트집잡기 불똥 튈수도
대중 압박에 中사업장 운영 차질도 우려
일각 "재집권해도 메모리업계 여파 적을것"
삼성·SK 보조금에 트집잡기 불똥 튈수도
대중 압박에 中사업장 운영 차질도 우려
일각 "재집권해도 메모리업계 여파 적을것"
국내 반도체 업계가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만 방위비 분담금' 폭탄발언에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도 우방 및 동맹국들에게 대중국 반도체 제재 강화 카드를 시사하고 있어, 중국을 주요 생산기지로 삼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美 대관 업무 강화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정부 및 의회 등을 상대로 한 대관업무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한차례 트럼프 집권기를 겪으며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 바 있다"면서 "미국 내 대관 조직을 통해 면밀히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미국 대선 열기가 고조될수록 반도체 관련 '정책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의 칩스법 지원으로)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고, 이젠 보조금까지 가져가고 있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의 역점 산업정책인 반도체지원법에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낸 것이다. 대만 TSMC와 대만 방위비를 겨냥한 발언으로, 한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같은 논리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미국에서 받게 될 보조금에 대해 트집잡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로 인해, 트럼프 집권 시 반도체 동맹인 '칩4(미국·한국·일본·대만)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반도체 공장 건설에 440억 달러(약 61조2000억원)를 투입한다. 이로 인해 미국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은 64억 달러(8조9000억원) 이다. 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율로 따지면 14.5%로, 인텔(8.5%)이나 TSMC(10.2%)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 건립에 나선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미국 정부에 보조금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나 리스크 커질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10%까지 높이는 '보편적 기본관세' 도입을 주장한 점도 국내 반도체 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공장 반도체 장비 반입을 무기한 유예하며 한숨 돌린 '차이나 리스크'도 다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집권 시 대중국 반도체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 내 생산기지를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업 운영에 있어서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현재 삼성전자는 전체 낸드 생산량의 40%, SK하이닉스는 D램의 45% 정도를 중국 공장에서 만든다.
바이든 정부는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기술 등을 사용하면 수출 시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전해진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FDPR 규제 조치 시행 시 중국 판매 비중이 높은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업체는 물론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도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여파가 크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2019년 트럼프 집권 당시 중국산 반도체 관세 부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후 시안과 우시에서 생산하는 중국산 반도체를 중국 고객향으로만 판매하고, 미국 고객향 제품은 전량 한국산 반도체로 대응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현실화되고 대중 관세율이 추가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메모리반도체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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