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의 한 버블티 가게에서 한인 남성이 “음료가 너무 쓰다”며 항의했다가 경찰까지 출동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 보디캠을 주로 공유하는 미국 유튜브 채널 ‘어레스트 플릭스’는 지난 21일 ‘아빠와 딸이 버블티를 두고 경찰과 말다툼을 벌이다’라는 제목으로 경찰 보디캠 영상을 올렸다.
경찰 배지 뒤에 숨겨진 인간적 모습
25분짜리 이 영상은 2022년 8월 미국 조지아주의 한 버블티 가게에서 촬영된 것이다. 유튜브 채널 어레스트 플릭스는 “경찰이 어떤 절차를 따르며 짧은 순간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 지, 경찰 배지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모습 등에 대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영상”이라며 "교육과 토론 목적으로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영상에 따르면 사건 당일 60대 한인 남성 A씨와 그의 딸은 버블티 가게에서 녹차맛 음료를 시킨 뒤 집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음료는 마시기 힘들 정도로 쓴 맛이 났고, A씨 부녀는 가게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이후 A씨는 가게를 찾아 한인 매니저인 B씨에게 자신이 받은 음료를 건네며 “한번 마셔보라”고 했고, B씨는 이를 거절했다. 매장 측 응대에 화가 난 A씨는 소리를 지르며 음료를 B씨에게 던지려고 했고, 결국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A씨는 경찰에게 “음료를 마셔보고 어떤 점이 문제인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사과하지 않았고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며 “가게 매니저와 몇몇 남자 직원들이 나이 든 내게 ‘Fxxx’이라고 욕을 했다”고 호소했다.
이에 직원 B씨는 “그 음료를 (내가) 마실 필요가 없었다. 새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는데 손님이 화를 내며 내게 음료를 던질 듯이 위협해 다른 직원들이 말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A씨가 자신에게 한국말로 ‘미친x’이라고 욕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경찰의 중재에도 고함을 지르며 계속해서 화를 내는 손님
경찰은 B씨에게 환불을 제안하는 등 중재를 시도했다. B씨도 경찰 제안에 수긍하며 A씨에게 한국말로 “환불해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반말로 “근데 왜 아까는 직접 얘기 안 해?”라며 삿대질을 했다. 이에 B씨는 “(음료를) 던지려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하느냐”고 맞대응하자 A씨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재차 큰소리로 따졌다.
A씨가 큰소리로 말하거나 흥분한 모습을 보이자 경찰은 경고했다. 그러나 A씨는 “손님으로서 항의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그렇게 행동할 권리는 없다”라며 “음료 한 잔 때문에 그렇게 행동할 이유는 없다. 어른답게 행동하라”고 했다. 또 “목소리를 낮추라”며 “다시 언성을 높이거나 난동을 부리면 연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사이 현장에 도착한 A씨의 딸은 아버지의 태도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점원의 응대가 무례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남성 직원들이 아버지의 항의에 욕설로 대응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경찰은 “가게가 무례하면 이런 소란을 피우지 않고 다른 데를 이용하면 되지 않나. 그깟 음료 한 잔 때문에 모든 손님들이 이 소란을 목격했고, 매니저는 울고 있다”고 했다.
경찰, 손님에게 범칙금 물리고, 매장 출입금지 명령 내려
소동이 길어지자 경찰은 B씨를 포함해 다른 직원들의 증언을 들었다. 이후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운 A씨에 대해 범칙금을 물리고 법원에 출석해 소명하면 된다고 알렸다. 또한 A씨에겐 매장 출입 금지 명령을 내렸다.
A씨 딸은 법 집행 절차에 대해 설명하는 경찰에게 “난 의사이고 법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아니까 설명 안 해줘도 된다”고 했다. 이어 A씨 부녀는 “경찰이 울고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점원의 입장만 고려한다”며 불평했다.
경찰은 “우린 양측의 서로 다른 입장을 들었다. 팩트는 A씨가 매우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고 그 행동을 다수의 사람들이 봤다는 것이다. 우린 최선을 결정을 내리려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상황을 마무리 지으려는 경찰에게 음료를 주며 “이게 그들이 먹을 수 없는 음료를 줬다는 증거다. 이걸 보관하라”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역겨운 음료는 법에 저촉되는 게 아니다”라고 답하며 영상은 끝난다.
현재 해당 영상 조회수는 40만을 넘기고, 6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공유됐다.
국내 누리꾼들은 “한국에서 윽박지르고 땍땍거리는 행동이 미국에서도 먹힐 줄 알았나” “한국에서도 음료 맛없다고 먹어보라고 하는 건 진상 행동이다. 거기에 뭘 탔을 줄 알고 직원이 음료를 먹나” “의사라는 점을 밝힐 필요 있나. 특권 의식이 느껴진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편 점원의 대처가 잘못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남성 말 들어보니 직원이 처음부터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려고 한 것 같진 않다” “남자 손님이 영어를 잘 못하니까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자기들끼리 키득거리고 욕한 것 같다" "컵을 던지려고 한 행동은 잘못됐지만 직원의 접객 태도도 잘못됐다” 같은 반응이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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