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상속세율 40%로 인하, 재정악화 대책 함께 세워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25 18:15

수정 2024.07.25 18:15

새 세법개정안, 5년간 4조 감소
세원 발굴과 탈세감시 등 대책을
표=기재부 제공
표=기재부 제공
정부가 2024년 세법개정안을 25일 발표했다. 상속세 최고 세율을 50%에서 40%로 10%p 인하하고 상속세 자녀공제금액을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금투세 폐지는 계속 추진하기로 하고, 종부세 개편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무엇보다 논란이 많았던 상속세율을 10%p 내린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합리적 결정이다. 현재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대주주 할증을 더하면 최고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상속세가 없고 그 대신 유산취득세를 두어 세부담을 줄여주는 국가도 많다.

상속세가 부의 재분배 기능이 있는 것은 맞지만 평생 땀 흘려 모은 재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과도한 징벌적 고세율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한국의 부자 이민은 세계 7위로, 높은 조세를 피해 외국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많은 국가에 속한다.


더욱이 중소 규모의 강소기업들은 더 문제다. 현금을 마련하지 못해 회사를 팔아넘기는 사례도 다수 발생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가업상속 기업에 대한 세부담 경감책도 담겨 있다. 특히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은 상속 공제한도를 없앴다. 그러나 오랫동안 일해온 터를 떠나 기업을 옮겨가는 데는 이전비용 부담이 적지 않아 실효성이 문제다.

세법개정안은 정부안으로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열쇠는 다수의석을 가진 야당이 쥐고 있는 셈이다. 야당은 상속세율 인하에 대해 줄곧 부자감세라며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정부가 이번 개정안을 발의해도 반대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고 처리를 거부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종부세는 개정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논란이 이어질 것이다. 1주택자 종부세 인하는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제기했고, 정부와 여당은 야당과는 달리 다주택자 종부세 경감 쪽에 방점을 두었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라 아예 뺀 것으로 보인다.

금투세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정부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근 5년간 5억원 정도의 투자수익은 비과세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각종 세율 인하로 인한 재정악화가 우려된다. 정부는 내년에만 6627억원의 세수 감소가 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5년 동안 4조3515억원이 덜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가 좋을 때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그러잖아도 세수결손이 발생하고 있는 현재로서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물론 수년 후가 되면 경기가 호전되어 세입이 전반적으로 늘어날 수는 있다.

내년부터 예산 편성은 더 여유가 없을 수밖에 없다. 돈 쓸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닌데 국세수입은 줄어드니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불요불급한 사업은 뒤로 미루고 예산낭비가 없도록 빈틈 없이 짜는 것 외에 뾰족한 수단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수 감소에 상응한 새로운 세원 발굴과 불법적 탈세 감시 강화 등 국세수입을 창출하기 위한 대책을 지금부터라도 강구해야 한다.
여기에는 국세청의 적극적 세정활동도 필수적이다.

야당은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려 들지 말고 협력해야 한다.
지지층 눈치만 보며 국제적 기준에 어긋나는 세법 개편에 어깃장을 놓는다면 명실상부한 선진국 진입은 요원해질 뿐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