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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티메프' 사태 확산, 경영진 책임 있는 자세 보여줘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28 18:09

수정 2024.07.28 18:09

금융권 책임전가, 사태 수습 급급
'판매금 빼 쓰기' 관행부터 고쳐야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계속된 지난 25일 오후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입주빌딩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계속된 지난 25일 오후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입주빌딩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연간 200조원 넘는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의 민낯이 드러났다. 관행을 이유로 눈감아버린 전자상거래 업체의 부실한 정산제도와 늑장 수습에 급급한 당국의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긴급경영안정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저금리 대출 지원은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민간기업의 과욕과 도덕적 해이가 불러온 이번 사태에 공적자금부터 투입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의문스럽다.

카드사 등 금융권은 미정산 사태의 책임을 떠맡아 소비자 환불 조치 등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카드사는 소비자에게 결제금 일부를 먼저 돌려주고, 은행권은 선(先)정산 대출 연장·유예하고 있다.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는 수백억원 규모의 상품권 주문·거래도 취소 처리하는 중이다. 한국소비자원은 피해자 집단분쟁 조정 참여 신청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금액은 5월치만 1600억원 정도다. 거래업체는 1000여개에 이른다. 두달가량 되는 정산 시기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6월, 7월치 판매대금은 이보다 많다고 한다. 티몬·위메프는 긴급히 수혈한 수십억원으로 환불하고 있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인 것이다. 티몬·위메프의 모회사 큐텐이 700억원 정도를 8월 중에 조달하겠다고 금융당국에 전달했다는데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번 사태는 허술한 전자상거래 법·제도와 이를 악용한 기업인의 도덕적 해이, 정부의 소극적 관리·감독이 한 고리에 얽혀 발생했다. 법·제도 사각지대에서 플랫폼기업의 판매대금 돌려막기 식의 비정상 정산구조와도 무관치 않다. 기업회생절차, 파산신청 등 최악의 상황으로 가면 자금이 더 오래 묶이거나 정산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제2, 제3의 연쇄 피해가 우려된다. 업계가 '결국 터질 게 터진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이번 사태를 초래한 기업인의 책임 있는 자세는 찾아볼 수 없다. 실질적 오너인 큐텐그룹의 구영배 대표가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게 기업인의 자세다. 법·제도적 혜택을 다 받고도 공식 사과는커녕 사태 수습 전면에 나서지 않는 구 대표의 모습에 반기업 정서는 물론 공분마저 들게 한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일본에선 기업 책임의 소비자 피해사고가 발생하면 오너가 직접 사과하고 해결방안을 내놓는 모습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정부 당국이 공적자금 투입 등 대책부터 밝히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사태 수습에 유무형의 국가재정과 행정력이 투입되는데, 이를 누가 책임지는가.

업계 관행이라며 안이하게 봤던 정부의 관리감독 실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당국이 그간 업계 민원과 규제 개선사항 등을 경청했다면 이번 사태를 초기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해부터 일부에서 미정산 사태가 불거졌고, 수년째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이 불확실하다'는 감사 의견까지 나왔었다.
이런 조짐들을 눈여겨보고, 금융당국이 협약 수준의 소극적 행정에 그치지 않았다면 사태가 이토록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당국은 전자상거래 제도상 허점을 면밀히 파악해 고쳐나가야 한다.
사태 책임을 명확히 묻고, 판매금을 별 규제 없이 굴릴 수 있도록 해놓은 정산대금제도를 합리화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신속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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