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 19주째 올라 투기·과열 조짐
금리 인하땐 돈 더 풀려, 특단대책을
금리 인하땐 돈 더 풀려, 특단대책을
심상찮은 아파트 매수세가 수억, 수십억원 차익을 노린 무순위 청약에 수백만명이 몰리는 기현상까지 빚어냈다. 투기 광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잠재적 수요자들이 신축물량에 몰려 들고 있어 집값을 계속 자극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의 집값 폭등이 재연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최근 집값 속등에는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한몫했다. "일시적 잔등락 수준"이라고 정부는 오판했다. 하루 새 몇억원씩 호가가 오르고 투기 조짐마저 일자 윤석열 대통령이 "투기 수요가 붙으면 집값을 잡기가 어렵다"며 긴급대책을 지시하기까지 이르렀다. 3기 신도시 등 2029년까지 23만6000가구 공급, 경기 김포 10만가구 신도시 조성계획 등을 내놓았으나 역부족이었다.
집값 급등요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지난 수년간 저금리 상황에서 풀렸던 돈이 부동산 시장에 다시 몰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대기업 중심으로 임금소득이 크게 올라 가용자산이 많은 중산층 이상의 똘똘한 새집 마련과 자산 증식수요 또한 커졌다. 하반기 중 한차례 이상 금리가 내릴 것이라는 기대는 대출 수요까지 자극한다. 이에 비해 신규 아파트 공급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니 집값 폭등을 경험한 매수자들이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과열은 초기에 잡지 못하면 실패한다. 지난 정부가 그랬다. 저금리에 돈이 많이 풀려 가수요를 부추겼다. '빚투'(빚 내서 투자),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대출)을 하지 않는 게 되레 이상하다 할 정도로 비정상 상황이었다. 수십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으나 시장에 풀린 돈의 힘과 '패닉 바잉'(공포매수)을 막아내지 못했다. 집값은 폭등했고, 양극화는 심화됐다. 계층이동 사다리는 무너졌다. 무주택자와 청년, 중산층의 상실감과 박탈감은 더없이 컸다. 현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화되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는 반대 신호를 보내 투기와 과열을 자초했다. 신생아·신혼부부 내집마련 특례대출로 저리에 수십조원을 풀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규제마저 늦췄다. 결국 초기 진화에 실패한 것이다.
하반기 중에 금리마저 인하되면 시중에 돈이 더 풀릴 게 확실하다. 그 전에 공급 확대와 대출규제 기조가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정부는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이달 중에 종합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신규 공급 물량과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혀 실수요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이렇게 투기심리부터 꺾어야 한다. 지난 정부의 실패를 거울로 삼아 창의적이며 실효성 높은 특단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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