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기차 안전 관리 대책을 만들고 있는 정부가 배터리 3사를 따로 불러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완성차업계를 중심으로 안전 대책 수립에 나섰던 정부가 배터리 업계도 대책 주체로 포함시킨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배터리 기술과 안전을 동시에 담보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와 간담회를 갖고, 전기차 및 배터리 안전 확보 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 배터리사들은 청라 전기차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화재 원인을 배터리로 몰아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정부 주도로 화재 원인에 대한 정밀한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며 "사고의 원인이 배터리인지 여부, 원인이라고 하더라도 배터리 자체 결함 때문인지 아닌지 등이 불분명한데도 배터리로 원인이 굳어지는 상황에 대해 의견이 오간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안전과 기술 수준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등 안전성을 높인 배터리에 대한 지원 논의도 이뤄졌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가연성 액체 전해질을 불연성 고체 전해질로 대체한 제품으로, 발화 및 폭발 위험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구성과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 거리도 길어진다. 비싼 가격이 유일한 흠으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는 초기에는 초고가 모델에 한정해 들어갈 수 밖에 없다”며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이 당겨지고,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인다면 가격 부담도 점차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정부 예산도 올해부터 본격 집행된다.
유럽에서 채택하고 있는 '배터리 여권' 도입 논의도 오갔다.
배터리 여권은 배터리의 생산·이용·폐기·재사용·재활용 등 모든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해 관리하는 제도다.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종류, 구성 물질, 재활용을 위한 분해 방법, 안전 조처, 세부 데이터 등을 공유할 수 있다.
한국도 2027년까지 배터리 전주기 이력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배터리 이력 정보를 신청·공유할 수 있는 통합 포털을 통해 배터리 제조부터 전기차 운행 및 폐차, 배터리 재활용까지 전 주기 이력정보를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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