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갈시기 30년 늦춘 정부안 추진
정교하게 다듬어 국회로 넘겨야
정교하게 다듬어 국회로 넘겨야
저출산·고령화 시대 연금개혁은 선택이 아닌 절박한 시대 과제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임기 중 반드시 연금개혁을 하겠다는 약속을 여러 차례 했다. 하지만 정부의 개혁 추진력은 더디고 미덥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정부가 지난 21대 국회에 제출한 개혁안은 무려 24개 시나리오였다. 사실상 국회에 떠넘긴 것과 다름없었다. 개혁을 하려는 것인지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었다.
애매한 행보는 여당도 마찬가지였다. 21대 국회 막판 태도를 바꿔 모수개혁(보험료, 소득대체율 조정)에 적극성을 보인 야당의 손을 뿌리쳤다. 당시 여야는 보험료율을 13%로 하는 데 합의했고, 소득대체율은 44%와 45%를 놓고 이견이 있긴 했다. 하지만 여당이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면 합의가 충분히 가능한 국면이었다. 그런데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발을 빼 22대 국회로 넘겼다.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고 했던 여당은 개원 두달이 지난 이달 들어서야 운을 떼 지금에 이른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연말까지 합의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서두르자고 화답했다. 모처럼 열린 여야 대화 돌파구에 정부가 자체 연금개혁안을 내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세대를 아우르고 재정고갈을 늦출 수 있는 개혁안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마련하는 게 맞다.
우리나라 현재 보험료율(9%)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18.2%)의 절반 수준이다. 내는 보험료도 낮고 가입자 수도 줄어드는 추세지만 고령화로 수급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 전체 수급자 수는 올해 735만여명에서 2028년 934만여명으로 증가한다. 같은 기간 가입자 수는 2225만여명에서 2141만여명으로 줄어든다. 이 추세로 2041년 연금이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엔 재정이 바닥난다는 것인데 정부나 정치권이 미적댈 시간이 어디 있는가.
정부는 고갈 시점을 7~8년 늦추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느냐며 젊은 세대가 우리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속가능한 연금체계를 강조한 것인데, 맞는 방향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교한 세부 작업까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구체적인 모수개혁 수치도 정부의 몫이라고 본다.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일정을 감안하면 개혁의 기회는 지금이 마지막이다. 다시 알맹이 빠진 맹탕 안으로 개혁 시늉만 내선 절대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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