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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국경제 앞날 짊어질 전략기술 육성에 사활 걸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6 18:29

수정 2024.08.26 19:06

AI 반도체 등 12대 기술 지원 발표
규제 낮추고 효율성 높여 성과 내야
국가전략기술 R&D 인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담긴 주요국별 AI 분야 논문 수 및 연구자 수. / 사진=연합뉴스
국가전략기술 R&D 인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담긴 주요국별 AI 분야 논문 수 및 연구자 수. /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인공지능 등 12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정부의 집중 육성 1차 기본계획이 26일 나왔다. 2차전지, 모빌리티, 차세대원자력 등 전략기술 분야를 정부가 책임지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연구개발(R&D)에 5년간 30조원을 투입하고 AI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등 3대 핵심분야 투자는 올해 2조8000억원에서 내년 3조4000억원으로 늘린다.

지난해 제정된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계획이 수립됐다. 정부는 전략기술에 관련된 50대 세부 중점기술도 확정했다. 이를 통해 현재 3개 정도인 세계 선도급 기술을 6개로 늘리고, 전략기술 기반 유니콘급 기업 15개를 배출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한국의 기술은 한강의 기적을 일군 동력이었고, 현재 글로벌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것도 다름아닌 기술의 힘이었다. 개발시대에 정부의 파격적인 이공계 육성정책과 민간의 과감한 도전, 투자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패권 시대는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이제 국가총력전이 됐다. 민간의 창의력을 키우고 기술 생태계 확장을 위해 국가는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세계의 반도체 심장이 된 대만이나 국토 전체가 반도체 첨단기지로 거듭나고 있는 일본이 좋은 예다. 미래 패권을 노리고 R&D에 사활을 건 중국도 말할 것 없다.

이런 시대 흐름과 비교해 우리는 우물쭈물하며 제자리 뛰기만 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기술 패권경쟁은 반도체를 넘어 AI, 바이오, 우주산업 등으로 확대됐다. 동맹국 간 새로운 파트너십, 기술안보 대응도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우리의 장기 안목은 부족했고 전략과 실행력도 충분치 못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나눠먹기식 R&D 예산 원점 재검토' 지시로 예산이 삭감된 후 대혼란을 겪자 올해는 사상 최대 R&D 예산으로 판을 뒤집었다. 원칙도 전략도 없었던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각종 조사 결과를 봐도 우리의 전략기술은 갈 길이 멀다는 게 확연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공개한 '국가전략기술 R&D 인력 실태'를 보면 지난해 말 국내 AI 연구자 수는 세계 9위, 지난 6년 동안 이들이 발간한 AI 관련 논문 수는 세계 12위다. 세계 3강 목표를 이루려면 부단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는 최근 "한국은 과학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성과는 놀라울 정도로 적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율은 5.2%(2022년 기준)로 세계 2위이지만 연구 성과는 세계 8위에 그친다. 네이처는 "한국은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가성비가 낮은 나라"라고 지적하면서 연구와 시장 간 괴리를 이유로 들었다. R&D 성과가 산업계로 흘러들어가야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규제를 낮추고 인재는 지킬 수 있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초격차 전략기술은 성장뿐 아니라 국가안보와 생존의 문제다.
내실을 기하고 실행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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