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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입 '지역별 비례선발제' 한은 제언 신선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7 18:08

수정 2024.08.27 19:08

인구비례로 대학 자율로 선발방식
입시 과열 양극화 원인, 검토할 만
지난 2일 서울에서 열린 2025학년도 대학 입시 관련 합격전략 설명회 모습. /사진=뉴스1화상
지난 2일 서울에서 열린 2025학년도 대학 입시 관련 합격전략 설명회 모습. /사진=뉴스1화상
입시경쟁 과열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일으킨 대표적 주범으로 지목된다. 한국은행이 27일 보고서를 통해 입시경쟁 과열을 해소하고 수도권 집중을 완화할 해법을 제시해 이목을 끌고 있다. 대학입시제도 개편 때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도입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 방식은 대학이 자발적으로 입학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자는 것이다. 선발기준과 전형방법은 대학 자율에 맡긴다.
정부는 이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대학에 재정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대입전형 과정과 입시비리 발생 여부를 충실히 감독하고 점검하자는 것이다.

통화신용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일이 본업인 중앙은행이 대입 문제에 관해 제언을 하는 것은 생뚱맞아 보인다. 그러나 알고 보면 경제적 문제와도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 한은이 사회적 문제를 거론하면서 구조개혁에 관한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다. 구조개혁에 무관심하고 무능한 관련 부처보다 자기 일이 아닌데도 이런 목소리를 내는 한은을 더 높이 평가해야 한다.

한은은 입시경쟁 과열이 사교육 부담과 교육기회 불평등 심화, 사회역동성 저하, 저출산, 수도권 인구집중 등 우리나라의 구조적 사회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한은의 실증분석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와 하위 80% 간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 중 75%는 학생 개인의 잠재력이 아닌 부모 경제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서울대 진학률 격차도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을 포함하는 거주지역 효과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한은의 지적대로 입시 경쟁은 지위와 부를 대물림시키는 망국병이라고 할 정도로 폐해가 심각하다. 지역별 양극화의 근본 원인은 사교육 불평등이다. 소위 일류대 입학생의 대부분은 사교육에 많은 돈을 들이는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출신이다. 이는 양극화만 부르는 게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과밀과 집값 상승도 따지고 보면 입시와 사교육에 원인이 있다. 과도한 교육열은 교육·양육 비용을 증가시켜 저출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한은이 제안한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당장 채택이 어렵더라도 과감하고 혁신적인 방식임은 분명하다. 귀를 기울일 가치가 충분하다. 다만 인센티브 제공과 대학의 자율적 선택을 전제로 하는데 과연 대학들이 인구비례로 지역 학생들을 받아들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수도권 집중을 이대로 두면 지방소멸은 시간문제다. 지방소멸은 지방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공멸을 부른다. 마땅한 대책도 없다.
혁신도시 건설로 주요 공공기관들이 이전했지만 기대한 만큼 인구분산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한은의 제안은 신선하다.
지나가는 아이디어로 무시하지 말고 정책 당국자라면 누구라도 나서서 도입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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