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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떻게 만든거야"…1500년전 백제 왕비의 '그 팔찌'

김주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10 11:11

수정 2024.09.10 14:59

국립공주박물관, 백제 문화 속 '용' 주목한 특별전 10일 개막
/사진=공주국립박물관
/사진=공주국립박물관

[파이낸셜뉴스] 약 1500년 전 세상을 떠난 백제 무령왕(재위 501∼523)의 왼쪽 허리 부근에서 출토된 칼에는 두 마리의 용이 교차한 모습이 화려한 금빛에 담겨 있다. 반면, 왕비의 무덤에서 발견된 은팔찌 속 용은 머리를 뒤로 돌린 모습이었다. 혀를 길게 내민 채 꼬리를 둥글게 말았고 한 쌍의 팔찌에 한 마리씩 조각돼 있어 '왕의 용'과는 달랐다.

백제 문화에 깃든 용의 의미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오는 10일 국립공주박물관에서 개막하는 특별전 '상상의 동물 사전 - 백제의 용(龍)'을 통해서다.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는 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국보 '무령왕비 은팔찌'를 비롯해 총 174점의 유물로 백제 사람들이 용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살펴본다.

나선민 국립공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9일 열린 전시 설명회에서 "옛사람들은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신과 같은 존재를 믿었는데 그렇게 만들어 낸 존재 중 하나가 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용은 십이지(十二支) 동물 가운데 유일한 상상 속 동물이다.

비와 바람을 일으키는 특별한 능력을 갖췄다고 여겼고, 지배자를 상징하는 존재이자 사악한 기운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믿었다.

전시는 용의 머리 모양을 상상해 만든 용머리 조각, 용무늬를 새긴 목판, 용무늬 벽돌, 숙종(재위 1674∼1720)이 돌에 쓴 '용' 글씨 등 다양한 용 관련 유물을 소개한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용 유물 3종이다.

용과 봉황으로 장식된 고리 자루 큰 칼, 글자를 새긴 용 무늬 은팔찌, 받침이 있는 은잔 등은 모두 지배자의 권위와 권력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용의 의미를 부각하는 것이다.

기존 전시와 달리 칼을 세워 두거나 팔찌 안 글씨가 보이도록 진열한 점에 눈에 띈다. 3D 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영상과 함께 보면 유물을 보다 자세하게 볼 수 있다.

박물관 측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향로의 받침 재현품을 제작해 전시를 보는 관람객들이 용의 형태를 손으로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했다.

나 학예연구사는 "백제의 용은 단순한 장식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지녔다"며 "용이라는 주제로 풀어낸 이번 전시를 통해 유물을 새롭게 바라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에 맞춰 용의 문화적 의미를 주제로 한 특별 강연회를 두 차례 열 계획이다. 매월 둘째 주부터 넷째 주 토요일에는 가족 체험 행사도 연다.


한편 이번 행사는 내년 2월9일까지 열린다.

/사진=공주국립박물관
/사진=공주국립박물관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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