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메모리 한파 교훈 잊었나"...삼성 非메모리 내부 '부글', 왜?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19 06:00

수정 2024.09.19 06:00

파운드리 조직이기주의로 경쟁력 발목
패키징 개발 조직 재편 과정서 인력 흩어져
반연 인력 일선 사업부 배치설에 내부 동요
업계 "실적 정상화되면 직원 신뢰 높아질 것"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연합뉴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연합뉴스

삼성전자 비메모리 매출 추이
(원)
2023년 2분기 5조7600억
2023년 3분기 5조9100억
2023년 4분기 5조9800억
2024년 1분기 5조6500억
2024년 2분기 6조8200억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전영현 부문장(부회장) 취임 이후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대대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비메모리 사업 운영 방향을 둘러싼 내부 잡음은 커지는 모양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조직이기주의', 패키징(후공정) 사업 인력 운용 비효율성 등을 비판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면서 오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사업 1위에 오르겠다는 삼성전자의 동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대외 경영환경 불확실성 심화 등 위기 상황을 맞은 삼성전자가 한정된 투자금·인력을 적재적소에 투입함으로써 조직 효율을 극대화 해야 하는 난제에 부딪혔다는 지적이다.

"1위는커녕 파운드리·패키징 경쟁력 후퇴"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DS부문 직원들은 사내게시판에 파운드리 및 어드밴스드패키징(AVP) 사업 운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 소속 A씨는 익명게시판에 파운드리 사업의 최대 장애물로 조직이기주의를 꼽았다.
삼성전자는 올 2·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1.5%를 기록했다. 1위 대만 TSMC(62.3%)와 비교해 50%p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A씨는 △수율(양품비율) △성능 △신뢰성 조직이 별개로 존재하면서 공정 방향이 제각각이라는 점을 들어 "'제품을 잘 만들자'가 목표가 아닌 '우리 조직서만 문제가 나오지 않으면 된다'라는 조직이기주의가 팽배하다"고 비판했다.

A씨는 "조직이 다르니 각각 조직에서의 유리한 데이터들을 고객사에 보낸다"면서 "최종 결과와 지금까지 고객사가 통보 받은 결과가 다른 현상이 발생하면서 삼성 파운드리에 대한 신뢰성을 깎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A씨의 의견에 상당수 직원들도 공감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미래 반도체 핵심 기술로 꼽히는 AVP 사업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초미세공정이 한계에 이르면서 로직·메모리·센서 등 다양한 칩 여러 개를 쌓고 묶어 성능을 높이는 패키징 기술이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고성능 컴퓨팅(HPC)의 '열쇠'가 됐는데도, 오히려 AVP 사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조직이 구성됐다는 주장이다.

지난 7월 DS부문은 AVP사업팀을 AVP개발팀으로 재편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AVP 개발팀 산하에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관련한 패키징 연구팀이 모두 집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사업팀에서 개발팀으로 명칭이 바뀌며 사실상 사업 축소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DS부문 직원 B씨는 "말로는 AVP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지만 조직개편을 통해 인력이 흩어지면서 AVP 사업에서 힘을 빼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면서 "내부에서 불만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반도체연구소發 조직개편설에도 '부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연구개발(R&D) 핵심 거점인 반도체연구소의 개편설에도 내부 동요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DS부문 내부에서는 반도체연구소 내 R&D인력들을 대거 일선 사업부로 전진배치하기로 결정했다는 소문이 퍼진 바 있다.

DS부문 소속 직원 C씨는 "상당수의 인력이 사업부로 배치된다고 전해지면서 내부에서 불만이 많다"면서 "'초격차'를 강조하는 기업에서 선행 기술 연구에 힘을 뺀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전반적 실적이 악화된 것을 계기로 성과급 등 보상 규모가 줄어든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의 입장과 경영진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어 어떤 방향이 옳은지 판단이 어렵다"면서 "결국 경영진이 실적으로 보여준다면 회사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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