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행 건설채 중 87%가 사모 형태
대기업 계열사, 중견사들도 포함돼
공모 방식에선 주관사가 남은 물량 떠안아야
수요예측 참패하면 기업 신뢰도만 낮아져
1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나온 건설채 186건(9일 기준) 중 162건이 사모 형태로 발행됐다. 전체 87.1%에 해당하는 수치다. 신세계건설, 대우건설 등 대기업 혹은 그 계열사와 이수건설, 대흥건설 같은 중견사들도 이에 포함돼있다.
공모를 택한 곳은 삼성물산, SK에코플랜트, 롯데건설, DL이앤씨, GS건설 등 몸집이 큰 곳들 정도다.
기본적으로 아직 말끔히 해소가 안 된 부동산 PF 사태 여파와 부진한 건설경기로 건설사들 신용도가 전반적으로 저하된 상태인 탓에 사모 대비 상대적으로 절차가 까다로운 공모 방식은 시도를 못 하는 모습이다.
사모채는 증권신고서 제출, 발행 금리를 결정하는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같은 단계 없이 기관이나 증권사 등과 개별적으로 조건을 맞춰 발행하는 형태 채권이다. 신용등급 등 문제로 공모로 수요를 맞추기 곤란하거나, 증권신고서 등 서류 제출을 꺼리는 기업들이 주로 택한다.
특히 사모채 중에서도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이 131건으로 다수였다. P-CBO는 저신용도로 인해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이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받아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이다. 대개 중소 건설사들이 활용하는 수단이다.
하지만 보다 핵심적인 문제는 수요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주관사를 맡을 증권사를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무리하게 공모를 추진했다가 수요 규모가 목표치만큼 들어오지 않으면 잔여 물량을 전부 주관사가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헌 코레이트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상무)은 “사모채 발행 시에도 증권사를 끼고 수요를 조사하긴 하지만, 만일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거나 예상치보다 적은 물량만 가져간다고 해도 개별 계약이기 때문에 주관사가 잔액을 떠안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공모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현저히 낮게 나오면 발행은 고사하고, 해당 기업에 대한 대외 신뢰도 자체가 저하되는 역효과만 본 채 일정을 마무리해야 할 우려도 있다.
공모에서 흥행을 해야 발행사 입장에서 금리를 낮출 여력이 있지만 사모 형태가 주를 이루면서 고금리 물량이 상당수다. 대표적으로 한양은 지난달 8.5% 금리를 주고 340억원어치 회사채를 찍었다. 이수건설은 그보다 앞선 그달 10일 8.5%, 항신공영은 지난 2월 9.5%로 금리를 책정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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