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현실에서 절대 볼 수 없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재판이 주는 카타르시스다.
사실 박신혜가 '강빛나 판사'로서 낮에 내리는 재판은 갖은 사유로 범죄자들의 형량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현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악마 '유스티티아'로서 밤에 진행하는 재판은 다르다. 데이트 폭력을 저지른 남성과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여성, 아내와 자녀들을 총 21차례 찔러 죽인 살인마에게 그들이 저지른 범죄수법 그대로 돌려준 다음 지옥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범죄자들이 '솜방망이 처벌'로 풀려나는 현실에 지친 시청자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으로 진화한 것은 처음 바늘을 훔쳤을 때 따끔한 처벌을 받지 않아서다.
금융권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 '국내 금융업권별 임직원 횡령사건 내역'을 살펴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발생한 횡령사고 금액이 총 1931억8010만원에 이르지만 관계자 586명 가운데 면직 등 중징계를 받은 이는 21%(121명)에 불과했다.
은행권 관계자가 "금융권 업무의 근간인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에 더 강하게 징계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징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낼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보험관계 업무종사자의 보험사기 연루행위 금지의무를 규정한 보험업법 제102조의 3조항을 위반해 제재받은 보험업 종사자는 자그마치 332명이나 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달 '보험 등 전문직 종사자가 범행에 가담한 경우'를 사기범죄 가중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1조1164억원으로 집계된 상황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다.
금융권에도 '지옥에서 온 판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소한 한번 횡령이나 사기 등의 범죄를 저지르면 다시는 그 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공포감을 심어줄 만큼 징계는 내려야 한다. 그래야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재범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범죄를 '달콤한 일탈'로 치부하는 예비 범죄자들의 싹도 자를 수 있다. 선량한 금융권 관계자와 소비자들이 편히 웃을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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