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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족' 그만 할래요"..'멤버십 가격 인상' 충성고객 불 지폈다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1.10 15:12

수정 2024.11.10 15:24

각각 쿠팡과 컬리의 배송트럭 모습. 각사 제공
각각 쿠팡과 컬리의 배송트럭 모습. 각사 제공

[파이낸셜뉴스] #. 최모씨(33)는 쿠팡 멤버십 가격이 인상된 지난 8월부터 잘 먹지 않던 배달음식을 쿠팡이츠로 자주 주문한다. 또, 참기름이나 샐러드 소스 등 평소 집 앞 마트에서 사던 작은 식료품도 모두 쿠팡으로 구입하고 있다. 최씨는 "멤버십 가격이 오른 이후로 '본전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에 웬만한 물건은 가격 비교도 안하고 쿠팡에서 주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달료가 신경 쓰여 잘 먹지 않던 배달음식도 쿠팡이츠 무료 배달 이후 많을 땐 일주일에 세 번씩 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쿠팡, 컬리 등 이커머스 업계가 멤버십 가격 인상 이후에도 회원 구매액과 거래 비중이 증가하는 '충성고객' 효과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멤버십 가격 본전'을 찾기 위해 플랫폼 내 소비는 늘어나고, 다시 꾸준히 멤버십을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멤버십 선순환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멤버십 가격 인상이 오히려 고객을 붙들어 두는 '록인(lock-in)' 효과를 강화하면서 올해 활성 고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 늘었다. 쿠팡이츠 무료 배송, 쿠팡플레이 콘텐츠 강화 등 서비스 확대로 고객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지난 8월 멤버십인 와우 회원의 가격 인상 당시 제기됐던 '탈팡(쿠팡에서 탈퇴)' 우려가 양적·질적 성장을 통해 불식된 셈이다.

컬리도 최근 들어 멤버십을 통해 매출 재미를 보고 있다. 컬리에 따르면 최근 일 거래액의 60%가 컬리의 유료 멤버십인 컬리멤버스 고객으로부터 나온다. 컬리 관계자는 "멤버십에 가입한 고객 10명 중 2~3명은 컬리 앱에 접속해 곧바로 구매하는 고객"이라고 말했다. 국내 이커머의 고객 구매 전환율이 2~5%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컬리가 유료멤버십을 처음 내놓은건 지난해 8월이다. 이미 쿠팡의 '와우멤버십'(2018년 10월), 롯데온 롯데오너스(2019년 7월), 11번가 우주패스(2021년 8월), SSG닷컴(쓱닷컴)과 G마켓의 통합 유료멤버십 '스마일클럽'(2022년 5월)의 유료멤버십 출시 시기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늦은 출시다. 이미 각 이커머스가 유료멤버십 고객을 확보한 상황에서 뒤늦게 뛰어든 컬리는 유료멤버십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주문 최소액을 절반으로 줄이고, 무료배송 혜택을 강화하는 등 고객이 필요로 하는 혜택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 컬리 관계자는 "컬리멤버스 고객 중 무료배송 쿠폰을 사용하는 비중은 40%"라며 "장보기 고객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멤버십이 되겠다는 초기 취지에 부합하게 멤버십의 양적·질적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과 컬리의 이런 결과는 구독형 멤버십과 플랫폼 이용 경험이 누적되며 '나에게 잘 맞는 1개 플랫폼이 10개 플랫폼 혜택 안 부럽다'는 소비자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플랫폼마다 다른 혜택을 좇는 '혜택 노마드족'들이 시간과 노력에 비해 얻는 이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어떤 혜택과 상품을 원하는지 파악해 경쟁사보다 빠르게 반영하는 것이 이커머스의 중요한 역량"이라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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