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17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극본 최보림/연출 조웅)는 1992년 한 시골마을에서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뛰어든 '방판 씨스터즈' 4인방의 자립과 성장,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본격 풍기문란 방판극이다. 3%대(이하 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한 드라마는 극의 재미가 입소문 난 뒤 상승세를 탔고, 후반부가 5~6%의 시청률로 호성적을 기록하며 완성도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배우 김성령은 극에서 기품 있는 오금희 역으로 등장한다. 오금희는 양반가 딸로 말투 하나, 손짓 하나에 우아함이 배어 있는데다, 그 시절 대학까지 나온 '엘리트'에 '딩크족'이기까지 한 신여성. 남편과 조용하게 지내온 금희는 정숙을 도와 성인용품 방문판매를 하며 살아있음을 느끼고 '방판 시스터즈'와 우정을 다지며 새로운 삶을 개척한다.
그러던 중 금희의 숨겨진 사연이 드러난다. 과거 결혼하지 않은 몸으로 아들을 낳고 홀로 키웠지만, 사고로 다친 아이를 살리기 위해 결국 떠나보내게 된 것. 그런 아들과 30년 만에 재회한 뒤에도 애써 모른척 했지만, 남편의 배려로 아들을 마주한 뒤 절절한 모성애를 드러낸다.
초반부에는 성장을, 후반부에는 감정의 굴곡을 표현해야 했던 오금희는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 김성령은 그런 오금희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이 서서히 금희의 마음에 집중하도록 했다. 덕분에 오금희는 후반부에서 김도현(연우진 분)의 친모로 존재감을 발휘하며 끝까지 극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김성령에게도 '정숙한 세일즈'는 본인이 연기한 작품 톱3에 들 정도로 애정이 깊다고. 김성령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며 작품에 깊은 애착을 보였다. 최근 뉴스1은 '정숙한 세일즈'를 마친 김성령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숙한 세일즈'는 '여성들의 성인용품 판매'라는 독특한 소재로 써 내려간 작품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땠는지 궁금하다.
▶시나리오를 보고 '방송에서 성인용품 얘기를 할 수 있다고? 너무 재밌다'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1~2부 대본도 너무 재밌어서 출연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극의 배경이 1992년인데, 그때 내가 20대 초반이었다. 내가 경험한 시절이니까 더 재밌더라. 작가님과 만났을 때 소스도 드리고 그랬다. 또 극에서 성인용품이 어떻게 보여질까 궁금했는데 시청 등급 때문에 다 보여줄 순 없다더라. 19세 등급을 받으면 재방송이 안 된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러면 많은 사람이 볼 수 없으니까… 아쉽지만 제약이 좀 있었다. 그래도 이번 작품은 결과만큼 과정도 좋았던 작품이다. 나도 정말 많은 작품을 했는데, 그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든다.
-본인이 연기한 오금희를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했나.
▶금희는 부잣집 딸이었지만, 원치 않은 임신을 한 뒤 아이를 낳아 홀로 키웠다. 하지만 집에 불이 나고 아이가 다치자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친정에 도움을 청하고 '아이를 포기하면 도와주겠다'는 말에 이를 따른다. 그거에 대한 죄책감을 평생 갖고 있는 인물이다. 사실 결혼할 생각도 없었는데 '애를 안 낳겠다'는 선언에도 도망가지 않는 남자와 만나 도피하듯 결혼한 거다. 그러면서 세상과 단절하듯 살았지만, 정숙이를 만나고 성인용품을 팔면서 재미를 느끼고 희망을 찾는다. 금희를 연기하면서 '정숙한 세일즈'는 삶의 희망을 찾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오금희는 극 후반부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연우진과 모자 사이임이 밝혀지면서 끝에 감정을 터트려야 했는데 어떻게 연기했는지.
▶금희가 후반부로 갈수록 남편 원봉과도 갈등을 겪고, 도현의 친모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들에게 '왜 자기를 버렸냐'라는 말도 듣는다. 감정이 폭발하는 신이 많아서 그런 부분을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 사실 감정을 더 강하게 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내가 많이 했던 연기는 '금희가 아닌데' 싶어 하고 싶지 않더라.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연기했다.
-오금희 캐릭터가 본인에게 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그동안 해온 캐릭터들을 돌아보면 직업이 없는 역할은 많지 않았다. 문체부 장관, 인기 쇼호스트 등 고고하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이나 화려한 캐릭터를 많이 했고 또 맡겨주시기도 했다. 그런데 오금희는 편하고 일상적인 역도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서 그런 부분에서 의미가 있을 듯하다.
-극 중 '원초적 본능' 속 샤론 스톤이 등장한 장면을 패러디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장면을 위해서 정말 큰 노력을 했다. 내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슬립을 고르고 1kg 정도를 감량했다. '팔뚝'을 어쩌지 싶어 재킷을 걸쳤는데 잘 나왔더라. 촬영할 때 원해 씨랑 형사 역을 한 분이랑 리액션을 장난 아니게 해서 그게 너무 웃겼다.
-상대역인 김원해와 호흡은 어땠나.
▶처음 원해 씨가 상대역이 됐다고 해 좋았는데, 원해 씨는 내가 싫어할까 봐 걱정했다더라.(웃음) 대본 리딩 때 반가워서 '원해 씨' 하고 불렀더니 바로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인사를 하면서 장난을 쳤다. 그러다 처음 촬영을 하러 갔는데 원해 씨가 꽃다발을 준비해 왔더라. 태어나서 남자 파트너에게 첫 촬영 날 꽃다발을 받아보긴 처음이다. 아주 감동적이었다. 함께 연기하는 것도 너무 편하고 재밌었다. 원해 씨가 애드리브를 정말 많이 준비해 오는 스타일이라 '불편하면 얘기해주세요'라고 하더라. 근데 하다 보니 연기할 때마다 '오늘은 뭘 준비해 왔을까' 기대되고, 그 부분이 방송에 나가도 평이 좋았다. 댓글도 찾아봤는데 원해 씨에 대한 반응도 좋더라.
<【N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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