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바른 정치, 뛰는 경제의 새해를 소망하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31 17:36

수정 2024.12.31 18:08

이렇게 무거운 새해 새아침은 처음
경제·문화 강국인데 정치만 후진국
제왕적 대통령제 폐기 고민해 봐야
난국을 이기고 경제 부활할 것 믿어
2025 신년기획 '희망'을 주제로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상의 이미지.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인 미드저니(MidJourney)가 만든 이미지로 새해일출, 희망, 가족, 행복 등의 명령어를 입력한 결과물이다. 가상의 창작물이지만, 새해의 밝고 희망찬 메시지를 담아냈다. 2025년 을사년 새해는 희망과 평화가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사진=뉴스1화상
2025 신년기획 '희망'을 주제로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상의 이미지.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인 미드저니(MidJourney)가 만든 이미지로 새해일출, 희망, 가족, 행복 등의 명령어를 입력한 결과물이다. 가상의 창작물이지만, 새해의 밝고 희망찬 메시지를 담아냈다. 2025년 을사년 새해는 희망과 평화가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사진=뉴스1화상
새해 아침을 이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맞이한 적은 없었다. 희망과 기대로 부풀어야 할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니 말할 것도 없이 무도(無道)한 정치 때문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외국인들도 부러워하는 일류 경제대국이자 문화강국이 되었는데 왜 정치만은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누구라도 붙들고 하소연하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어 국민들은 속앓이만 한다. 설상가상 제주항공 참사까지 발생해 먹먹한 심장을 더욱 짓누른다.


우리는 식민지배에 이은 남북 분단과 전쟁, 오랜 개발독재를 딛고 세계에서 유례없는 압축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그 이면의 부작용이 여태껏 앙금으로 남아 정치라는 출구를 통해 갈등과 대결로 발현되었을 것이라고 이해한다. 좌익과 우익, 친일과 반일로 갈라져 원수처럼 싸우는 추한 자화상은 불행한 역사 속에서 잉태되어 그려진 것이다.

투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의 장으로 국민을 이끄는 것은 정치의 역할이자 의무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도리어 편을 가르는 데 앞장서고 반목을 부추겨 왔으니 호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상대를 물고 뜯을 듯이 공격하고 급기야 군홧발이 난무하는 군부시대의 모습까지 눈앞에 보여준 광기의 정치였다.

권력욕이라는 인간의 본능은 어쩔 도리가 없다면 제도개편을 통해 자율통제하는 방안을 올해야말로 실현에 옮겨야 할 때라고 본다. 즉 권력자 한 사람에게 힘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기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개발시대에는 강력한 최고권력이 발전을 위해 효율적일지 모르나 시스템이 완비된 선진국가에서는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대통령 1인의 뜻으로 원전을 폐기하고 계엄으로 나라를 뒤엎는 모습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국회도 한쪽으로 권력이 기울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금 이 순간에도 목도하고 있다. 대통령을 배경으로 가진 집권 여당에 대한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의 과도한 견제는 견제를 넘어 행정마비를 초래하고 정상적 국가운영에 방해가 됐다. 정치가 할 일의 열에 아홉은 국가정책을 비판하고 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것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헌법에 당연히 부합해야 하고, 당연히 전체 국민의 이익과 나라의 미래를 고려하는 것이 전제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야당이 한 일은 많은 부분에서 정상궤도를 이탈했고, 국가 발전과 무관한 입법폭주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비상계엄이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무력정치임은 분명하지만, 기실 야당의 엇나간 정치 행보가 기폭제가 되었음도 인정해야 한다.

을사년(乙巳年) 새해는 광복 80주년이자 조선 망국의 서막이 된 을사조약이 체결된 지 120년, 60갑자가 두번 지나 돌아온 해이기도 하다. 광복과 건국의 의미를 상기하면서 국가 청사진을 손질해야 할 때다. 짧은 시간에 대한민국이 이뤄낸 발전상은 실로 눈부시다.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국토의 기적 같은 변화는 무엇보다 부지런한 국민성이 큰 몫을 했다. 나아가 어느 나라도 빠져나오지 못한 중진국 함정도 극복하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에 뿌듯한 자부심을 만끽할 자격이 충분하다.

새해는 한일수교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극렬한 반대를 뚫고 성사시킨 수교였지만 경제부흥의 전환점이 된 것도 사실이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일제 지배가 남긴 뿌리 깊은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다툼의 요소로 작용하며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제는 원한의 과거사를 뛰어넘어 한일 관계를 어떻게 미래지향적으로 재정립할지 심도 있게 숙의할 필요가 있다.

창조와 지혜를 뜻하는 을사년 청사(靑蛇)의 의미대로 새해의 국운이 난국을 뚫고 활짝 만개하기를 기도한다. 내우에 외환까지 겹쳐 나라 안팎은 몹시 소란스럽다. 탄핵의 혼돈은 매듭을 지을 테지만, 만약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면 벌써 혼탁이 걱정되는 선거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다. 속히 국정이 안정되고 만신창이가 된 경제도 보란 듯이 되살아나 국민이 행복한 국가로 우뚝 서기를 기원한다.

대외 환경이 호락호락하지 않아 느슨한 자세로는 이겨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올해에는 종식되기를 기대하지만 어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파병으로 러시아와 짝짜꿍을 하며 핵을 등에 업고 끊임없이 위협을 가하는 북한의 움직임 또한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 잘 다져온 한미일 안보협력이 국내 정치 사정으로 흔들리지 않을지 우려하는 마음이 앞선다.

외국인들은 혼돈에 빠진 한국을 바라보며 의심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는다. 급등하는 환율에 외환위기의 악몽이 떠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무엇보다 '아메리칸 퍼스트'를 지향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은 우리 경제에 거대한 공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 부재 속에 준비도 없이 맞는 상대적 불리함으로 얼마만큼 충격을 받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컨트롤타워 공백 상태이지만 행정 관료체제의 짜임새 있는 대처로 극복할 것으로 믿는다. 이럴 때일수록 동요하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하는 것은 공직사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은 탄핵정국으로 빈사상태에 몰렸다. 자영업의 몰락은 경제의 두 다리 중 하나를 잃는 것과 같을 정도로 심각하다. 살리는 데 애를 쓰되 연착륙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소상공업과 자영업의 부진은 저성장을 고착화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믿을 것은 이 순간에도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세일즈에 여념이 없는 기업밖에 없다. 한국 경제가 이 정도로 견디고 있는 것은 기업 덕분이다. 잘사는 나라를 위해 피땀을 흘리는 기업인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여소야대의 정치는 그런 기업의 기를 살리기는커녕 꺾는 데 방점을 둬 왔다. 무산된 반도체특별법만 봐도 그렇다. 악조건 속에서도 기업은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고, 새해에도 국민을 위해 분발해 줄 것으로 믿는다.

확고부동한 선진국의 입지를 다지고 G7 반열에 오르려면 아버지 세대가 흘렸던 구슬 같은 땀을 다시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로봇 등 첨단산업에서 세계 선두 자리를 거머쥐어야 한다. 새해는 한국 경제의 상하향을 결정하는 결정적 변곡점이 될 수 있다. 국가는 좋은 정책을 펴서 최일선에서 뛰는 기업을 밀어주고 가계는 알뜰히 살림을 사는, 경제 3주체의 절묘한 화음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우리의 기세를 꺾지 못할 것이다.

정치의 역할이 새삼 강조되는 시점이다. 정부가 바뀐다면 좋은 지도자가 국민의 부름을 받아야 하는데 안갯속 정국처럼 예측 불가다. 탁월한 능력을 소유한 백마 탄 왕자의 출현을 기대하기엔 촉박한 일정이기도 하다. 다만 누구라도 경제를 제1의 가치로 표방하며 국가 발전과 민생을 위해 몸을 던지겠다는 투철한 의지를 갖춰야 한다. 이념적 선동에 휘둘리지 않고 유능한 인물을 뽑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경제와 정치가 동시에 세계 최고를 구가하는 일류 국가는 대한민국의 목표다. 지금 형극의 길을 걷고 있어도 새해에는 다시 큰 날개를 달고 비상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마음으로 손을 맞잡으면 못할 것이 없다. 증오하고 갈라져서는 일류 국가로 함께 갈 수 없다.
서로 마음을 열고 사랑을 키우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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