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방

젊은 인민 속여 사지로 보내고 돈을 챙기는 게 국가일까? [fn기고]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16 06:00

수정 2025.01.16 06:00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쿠르스크 전선서 북한군 2명 생포, 북한의 민낯 속속 드러나   -절대왕정에 대해 폐해 독단적 구조 오판 누적이 '공화정' 계기   -최고권력자도 법에 의한 통제, 시민 참여가 민주주의 탄생 배경   -장자크 루소, 시민의 자유·평등·권리 보호가 국가의 역할 주창   -러 용병 투입 북한군, 포로보다 자결...훈련으로 알고 투입되기도   -北 국가 역할 방기, 청년들 속여 소모품화... 국가라 부를 수 없어   -1991년 유엔 가입한 북한, 정상국·헌법적 국가도 아닌 외교 대상   -외교 고려...남북 정상회담 했지만, 북한정권 근대국가와 거리 멀어   -북한 청년 팔아 돈벌이 작태...최소한 국가 역할 방기, 정상국 아냐   -절대왕정 속 북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민주주의' 유난히 집착    -공포·통제 정치, 3대 세습 등 김정은 정권의 생얼굴...그 조차 고도화   -신형 극초음속 IRBM 현장에 딸 김주애 대동 4대 세습 기정 사실화   -절대권력자의 자녀와 사지서 헤매는 인민의 자녀 극명하게 대비돼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격전지인 쿠르스크 전선에서 북한군 병사 2명이 생포되면서 북한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무런 상황도 몰랐던 20대 군인에게 훈련이라고 속이고 전장으로 보내고 돈이나 챙기고 있다는 정황이 사실로 확인되는 증거이기도 하다. 김정은 정권의 극악무도한 참상을 다시 한번 주지하게 된 사건이라는 의미도 있다. 한편 젊은 북한군 병사 생포는 국가의 역할을 숙고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근대국가는 절대왕정에 대한 반발과 처방으로 탄생했다.

절대왕정에서는 단 한 사람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면서 많은 정책이 국민이 아닌 왕을 위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왕 개인의 욕심이 극단적으로 치달아 과도한 세금부과 등 민생의 폐해가 컸다. 더불어 합리적 의견마저 원천적으로 차단한 가운데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내려진 정책결정 구도로 인해 오판 가능성이 높았고, 이는 불필요한 전쟁으로 이어지는 비극을 초래하곤 했다. 이러한 문제점이 누적되면서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을 중심으로 절대왕정에 반대하는 혁명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 혁명의 물결은 정치체제가 근대국가로 전환되는 발판이 되었다. 프랑스 혁명은 ‘왕정’을 ‘공화정’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작용했고, 영국은 청교도 혁명과 명예혁명을 거치면서 ‘절대왕정’이 무대에서 사라지고 법과 의회의 통치에 기반한 ‘입헌군주제’로 전환하는 계기를 맞게 된다. 따라서 근대국가는 최고권력자도 법에 의한 통제를 받게 되었다. 나아가 시민의 정치 참여가 가능한 체제를 갖추게 되었고 이는 민주주의 국가 탄생의 기반이 되었다.

이처럼 근대국가는 절대왕정의 폭정하에서 박탈당해야 했던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집념의 산물로 태어났다. 프랑스 대혁명에 철학적 영향을 미친 장자크 루소는 시민의 자유·평등·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철학이 국제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수용되면서 국가가 이러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으로 평가되는 인식적 규범도 정착하게 되었다.

지난 1월 11일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쿠르스크 전선에서 북한군 2명을 포로로 잡았다고 발표했다. 각각 20세와 26세 청년으로 알려졌고, 파병증거를 숨기기 위해 위조 신분증을 소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이 포로가 되느니 자결을 선택하려 한다는 우크라이나군의 증언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자결이 개인의 선택이 아닌 북한당국의 지시라는 주장도 있는 상황이었다. 국가정보원이 북한군 병사 1명이 자폭을 시도하려다 우크라이나군에 사살되는 일이 있었다고 언론을 통해 밝히면서 이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특히 생포된 북한군 포로는 참전이 아닌 훈련으로 알고 왔다는 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이런 행태를 보면 북한은 국가의 역할을 방기한 것이라 밖에 볼 수 없다. 시민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기는커녕 청년들에게 훈련이라고 속이고 위장 신분증까지 만들어 마치 소모품처럼 불법 침략전쟁에 참전시키는 주체를 국가라고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북한은 자신이 정상국가라고 목 놓아 외치고 있다. 1991년 유엔 가입도 그러한 목소리와 관련 있다. 엄밀히 말해 한국에게 북한은 헌법적으로는 국가가 아니다. 그런데 외교의 대상이라는 점에서는 국가의 속성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수성과 보편성을 모두 내재한 이중적 존재인 셈이다. 지난 수십 년간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도 북한의 이러한 외교적 지위를 어느 정도 고려해 준 것이라 평가된다. 그런데 북한정권의 일그러진 행태를 보면 근대국가의 속성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북한군이 돈을 받고 파병된 것이라는 정황과 주장이 지속되어 왔다. 한 달에 300억원 이상을 챙기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북한군은 동맹군이 아니라 용병이라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참전 사실을 숨긴 채 청년 병사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보내고 정권은 뒤에서 돈이나 챙기는 작태는 충격적이다. 물론 이처럼 불법거래에 나선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라고 규정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소한 국가 역할을 방기하고 있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사실 북한은 정치체제로나 정책적으로나 근대국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명칭에서 보듯이 ‘민주주의’라는 단어에는 유난히도 집착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럽에서 혁명을 통해 탈출하려고 했던 절대왕정이 현재 북한의 민낯이다. 공포정치·통제정치·3대 세습 등 김정은 정권의 민낯은 북한이 근대국가와는 거리가 먼 절대왕정이라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최근 절대왕정의 경향은 더 고도화되고 있다. 이달 6일 신형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현장에 어린 김주애를 대동한 것은 4대 세습을 기정사실화 한 것으로 절대왕정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부족하지 않다. 절대권력자의 자녀와 사지에서 헤매고 있는 일반 인민의 자녀가 이처럼 극명하게 다르게 취급되는 것은 일반국가에서는 가당치도 않을 일이라는 점에서도 북한은 절대왕정에 불과할 뿐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실시간핫클릭 이슈

많이 본 뉴스

한 컷 뉴스

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