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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식민지배 아픔 다룬 동남아 소설들, 잇달아 번역 출간

연합뉴스

입력 2025.01.29 08:00

수정 2025.01.29 08:00

베트남전 다룬 '랑하의 밤'·'산이 노래하다'
전쟁·식민지배 아픔 다룬 동남아 소설들, 잇달아 번역 출간
베트남전 다룬 '랑하의 밤'·'산이 노래하다'

랑하의 밤 책 표지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랑하의 밤 책 표지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국내 출판사들이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소설을 최근 연달아 번역 출간하고 있다.

동남아 문학은 아직 국내 독자들에겐 생소하지만, 외세의 강제 점령과 전쟁 등 한국인도 공감할 만한 역사적 소재를 다룬 작품이 많아 출판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랑하의 밤'(도서출판 b)은 베트남의 퇴역 군인이자 소설가 스엉응웻밍(67)의 단편 13개를 묶은 소설집이다. 배양수 부산외대 베트남어과 교수가 번역했다.

표제작은 액자형으로 구성돼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미국인 존 마크가 같은 전쟁에서 미군에 맞선 북베트남군 상이군인 쯔엉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을 읽는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얼굴에 심한 흉터를 입은 쯔엉은 고향인 랑하 마을에 돌아온다. 쯔엉은 자신이 쯔엉의 전우라고 가족들을 속이고, 가족들은 얼굴의 흉터 때문에 그가 쯔엉이란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쯔엉의 부모님은 전쟁터에 간 아들의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며느리 트엉을 다른 남자와 결혼시키려 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쯔엉은 슬픔에 잠긴 채 랑하 마을을 떠난다.

같은 책 수록작 '쩌우강 나루터의 사람'은 베트남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으로, 전사한 것으로 알려져 이미 장례와 제사까지 치른 여성 머이가 다리를 잃은 상이군인으로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머이가 돌아온 날 한때 머이의 연인이었던 산은 다른 여성과 결혼식을 올리고 있고, 뱃사공인 머이의 아버지는 "어찌 오늘에야 돌아왔니"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한다.

이처럼 '랑하의 밤'에 실린 소설들은 베트남전쟁의 상처와 그로 인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쟁 피해자들이 서로를 향한 사랑으로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이 애틋하게 그려졌다.

스엉응웻밍은 '작가의 말'에 "전쟁이 끝난 뒤 살아남은 자와 기다리던 자, 장애를 입은 자와 멀쩡한 자가 모두 피로에 지치고 힘겨워해도 사랑의 힘이 기적적으로 이들을 일으켜 세운다"고 썼다.

산이 노래하다 책 표지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산이 노래하다 책 표지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산이 노래하다'(마르코폴로)는 프랑스 식민지 시대부터 남북 분단과 전쟁 등 베트남의 20세기 역사를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 베트남 소설가 응우옌 판 꾸에 마이(52)의 장편이다.

이 소설은 1920년에 태어난 할머니 디에우란과 1960년에 태어난 손녀 흐엉이 번갈아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낸다.

흐엉의 독백은 베트남전쟁 후반부인 1972년 하노이에 미군의 공습이 시작된다는 경고가 울려 퍼지자 어린 흐엉과 할머니가 방공호를 향해 달려가는 급박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흐엉의 아버지는 군에 입대해 4년 동안 소식이 끊긴다. 그런 아버지를 찾기 위해 어머니는 군의관으로 자원해 전쟁터로 향한다.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는 집에 돌아왔으나 아버지는 여전히 아무 소식이 없다. 어머니는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모습으로 돌아와 누구와도 소통하기 싫다는 듯한 태도로 일관한다.

디에우란의 독백은 손녀인 흐엉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프랑스의 식민 지배 시기에 태어난 디에우란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침공한 일본군의 손에 아버지를 잃고, 이후 베트남전쟁에선 아들을 잃는다.

작가 응우옌 판 꾸에 마이는 영어와 베트남어로 소설을 썼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영어판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그는 한국어판 머리말에 "한국과 베트남은 고통스러운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며 "이 책이 상호 공감과 이해를 촉진함으로써 두 나라가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배꼽 두 개인 여자·열대 고딕 이야기·러브 온 더 세컨드 리드 (출처=연합뉴스)
배꼽 두 개인 여자·열대 고딕 이야기·러브 온 더 세컨드 리드 (출처=연합뉴스)

한세예스24문화재단은 필리핀 작가 두 명의 소설 세 편을 내달 번역 출간한다. 소설가 닉 호아킨(1917∼2004)의 '배꼽 두 개인 여자'와 '열대 고딕 이야기', 미카 드 리언(37)의 '러브 온 더 세컨드 리드'다.
닉 호아킨은 1961년 필리핀에서 권위 있는 소설상인 해리스톤힐상을 받고 1976년 '필리핀 국민 예술가'로 선정되는 등 자국에서 인기가 높은 작가다. '배꼽 두 개인 여자'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미카 드 리언은 SF(과학소설)와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 소설을 발표해왔으며 2022년에는 에세이 '필리핀 천 년의 단일 신화'로 필리핀의 돈 카를로스 팔랑카 기념 문학상을 받았다.

▲ 랑하의 밤 = 293쪽.

▲ 산이 노래하다 = 456쪽.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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