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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반도체 미래는 ‘온디바이스 AI’… 삼성·SK도 대비해야" [AI 리더를 찾아서]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04 18:39

수정 2025.03.04 18:39

5 유회준 KAIST AI반도체대학원 원장
‘반도체 설계 올림픽’ ISSCC서 희망 봐
AI반도체 분야 논문 KAIST 등 韓 선도
4.96㎽ 초저전력으로 라마 실행해 주목
기존 GPU기반 비해 전력소비 크게 낮춰
AI, 데이터센터에서 ‘피지컬 AI’로 이동
K반도체, 온다비이스AI 포커스 맞춰야
中이 앞선 휴머노이드 로봇 아니더라도
산업용 로봇·모빌리티 등 특화가 경쟁력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AI반도체대학원 원장이 4일 대전 KAIST IT융합연구소에서 AI반도체를 만드는 칩을 설계해 제작한 실리콘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김만기 기자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AI반도체대학원 원장이 4일 대전 KAIST IT융합연구소에서 AI반도체를 만드는 칩을 설계해 제작한 실리콘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김만기 기자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AI반도체대학원 원장(왼쪽 두번째)과 연구진이 4일 대전 KAIST IT융합연구소에서 AI반도체가 들어간 노트북으로 거대언어모델(LLM)을 실행시키고 있다. 사진=김만기 기자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AI반도체대학원 원장(왼쪽 두번째)과 연구진이 4일 대전 KAIST IT융합연구소에서 AI반도체가 들어간 노트북으로 거대언어모델(LLM)을 실행시키고 있다. 사진=김만기 기자

"'중국판 챗GPT' 딥시크는 저비용·저사양으로도 충분히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는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성장했던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시장이 3~5년 이후엔 '온디바이스 AI'로 넘어갈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여기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대비해야 한다."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AI반도체대학원 원장은 4일 대전 KAIST IT융합연구소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중 AI와 반도체 기술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온디바이스 AI'를 선점하는 전략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유회준 원장은 지난달 16~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반도체 설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반도체 설계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있었던 일들을 먼저 언급했다. 올해 ISSCC의 주제는 'AI 혁명을 견인하는 실리콘 엔진'이었다. 유 원장은 중국의 논문이 가장 많이 채택되면서 긴장하고 참석했지만 오히려 희망을 안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외에서 AI 반도체 권위자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2023년 ISSCC 70주년 기념식에서 동양인으로서 유일하게 '톱 5' 최다 논문 발표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다음은 유회준 원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2025 ISSCC 행사가 약간 실망스러웠다고 했는데.

▲나비드 샤리아리 인텔 파운드리 기술개발 수석부사장이나 다니엘라 루스 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 소장, 피터 쉬퍼 인피니언 오토모티브 사업부 사장의 발표내용이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김기남 한국공학한림원 전 회장과 함께하면서 '인텔 CPU, 삼성 D램이 풍미했던 세대가 이렇게 이상하게 됐나'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인텔이 파운드리 부문을 TSMC에 넘기겠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파운드리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니 기대가 많이 떨어진 것이다. 그나마 송재혁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의 기조연설이 가장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 플래시의 현재 기술과 미래기술을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삼성은 현재 기세가 좀 꺾이긴 했지만 현 상황을 잘 진단하고 있고, 미래를 잘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올해 학회에서 중국 논문이 92건, 미국 55건, 한국이 44건 채택됐다. 중국은 3년 연속 논문 채택 1위에 올랐다. 어떻게 봐야 하나.

▲논문 수로 보면 중국이 미국의 2배 정도 되지만 퀄리티에서는 아직 조금 떨어진다. 논문의 수와 퀄리티를 종합해보면 미중 양측은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일본 도쿄대 교수가 중국이 AI반도체에서는 미국이나 한국을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얘기했다. AI반도체 분야에서 10여건의 논문이 발표됐는데 우리 연구소 4건을 포함해 KAIST에서만 6건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AI반도체 아성을 깨기는 당분간 힘들 것이다.

-KAIST에서 이번 ISSCC에 발표한 것 중 대표적인 것을 소개해 달라.

▲내가 연구하는 분야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휴대용 기기에서 LLM을 직접 실행할 수 있게 하는 AI칩 개발이다. 우리 연구소에서 발표한 논문 4편을 발표하면서 내가 다 시연했다. 그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던 건 4.96밀리와트(㎽)의 초저전력으로 메타의 LLM '라마(LLaMA)'를 실행하는 모습이다. 대다수 생성형AI는 데이터센터에 있는 것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쓴다. 지난해에는 400㎽로 LLM을 실행했는데, 1년 만에 전력소모를 80분의 1로 줄였다. 기존의 GPU 기반 시스템에 비해 전력 소비를 극적으로 낮춘 것이다. 지금은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 등 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에 AI를 적용하는 '피지컬 AI'를 연구하고 있다.

-중국의 '딥시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딥시크의 출현은 AI 소비자들에게 오픈AI뿐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딥시크는 엔지니어링의 결과물이다. 선두 업체들은 자본과 인력, 하드웨어 측면에서 막대한 지원이 필요했지만, 딥시크는 설계를 최적화해 좋은 결과를 냈다. 엔비디아의 고사양 GPU를 쓰지도 않았다. 여기서 더 발전하면 '온디바이스 AI'로 간다고 봐야 한다. AI는 궁극적으로 '피지컬 AI'로 간다. 즉 로봇이나 자율주행차를 AI로 작동시키는데 전력을 적게 쓰려면 네트워크 없는 '온디바이스 AI'가 답이 될 수 있다. 내가 AI반도체 칩으로 라마를 실행시키는 것을 보여줬을 때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이것이 바로 피지컬 AI'라면서 강의를 요청했지만 거절하고 돌아왔다.

-앞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선두 자리를 계속 유지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또 국내 다양한 스타트업들에는 어떤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까.

▲삼성전자는 반도체 휴대폰, 가전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여러가지 가지고 있다. 이 중에서 반도체 D램과 휴대폰을 온디바이스AI로 포커스를 맞추는 게 향후 우리나라가 선두를 점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 하이닉스는 약간 결이 다르다. 현재 엔비디아와 밀접하게 협력해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를 만들고 있다. 자체 제품이 없기 때문에 고객의 요구에 맞춰주는 수밖에 없는데 온디바이스 AI를 하는 고객을 빨리 찾아 그쪽으로 가야 한다. 전력이나 가격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에서 누릴 수 있는 여유는 길어야 5년이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관련 대표 스타트업들이 리벨리온, 사피온, 퓨리오사 등이 있는데 이들은 대기업과 달리 4~5년 이후를 생각할 여유가 없어 그냥 가야 한다. 데이터센터 다음부터는 온디바이스 AI 쪽이거나 AI를 써서 다른 산업들을 바꾸는 'AI X'쪽에서 더 큰 비즈니스가 열릴 것이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많이 신경을 써야 될 것이다.

-온디바이스 AI를 가장 많이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로봇이다. 우리나라 로봇 산업 환경이 매우 열악한데.

▲한국 로봇산업은 중국에 완전히 밀려버렸다. 로봇도 분야가 다양하다. 그런데 지금 휴머노이드 로봇을 꼭 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딥시크가 나타났다고 해서 중국이 한 것을 그대로 할 필요가 없듯이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잘하는 면을 부각시켜서 빈틈을 뚫고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가 잘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이나 자동차용 모빌리티 등을 특화하는 게 더 낫지 지금 전면전을 펼쳐서 중국하고 경쟁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또 휴머노이드 로봇에서도 모터나 칩, 센서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핵심부품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KAIST에서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지능형(SoC) 로봇워 대회를 했는데 초창기부터 내가 '로봇 머리는 반도체로 돼 있기 때문에 우리는 로봇 몸체보다 로봇 머리를 연구하자'고 주장했었다.

-다시 돌아가서 AI반도체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현황은 어떠한가. 또 그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은 대부분 실리콘밸리에 있는 빅테크 기업들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학교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들도 메타나 구글 등 큰 회사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용으로 하고 퀄컴만 온디바이스AI용으로 하고 있다. 거기는 스마트폰 모델 위주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약간 다르다. 중국은 그에 비해 중국 대표 AI칩 국산화 기업인 캠브리콘, 호라이즌로보틱스 등 유니콘 기업들이 많이 탄생하고 있다. 미국은 약간 도망가고, 중국은 올라오는 기세, 우리는 요소요소를 찌르는 형세라고 보면 된다. 중국이 15억 인구와 막대한 투자로 치고 올라온다. 내가 자주 얘기하지, 중국이 겁나고 무섭다고. 겁나고 무섭기도 한데 고려 때 강감찬 장군이나 서희 등 우리 조상들은 안 무서웠겠나. 그럼에도 잘 헤쳐 나왔다. 또 축구를 봐라. 15억명에서 11명을 뽑아 우리와 붙으면 번번이 진다. 겁먹을 필요 없다. 우리도 그런 정신을 좀 갖고 있어야 할 거라고 보고 빈틈을 노려서 막판 뒤집기를 해야 된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고관세 정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AI 부문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반도체나 AI 관련해서 미국이 잘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메모리 같은 경우는 당연히 우리나라한테 협력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때 윈윈 작전을 써야 한다. 지금은 트럼프 정부 초기라 강하게 나가면서 관세를 올려도 가격 변동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관세 올리면 제품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필연적이다. 또 반도체 보조금을 안 주겠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우리 반도체 공장에 주는 보조금은 미국에서 공장을 유지하기 위한 돈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장을 가동하는 것보다 3배 내지 5배 이상 유지비가 들어간다. 그런데 보조금이 없으면 공장 가동이 힘들어지면서 고용이 줄어들고 세수가 줄어드는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그럼 누가 손해일까. 미국의 주 정부 입장에서는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가 망가지는 상황을 초래하기 전에 적당한 시기에 타협을 볼 거라고 본다. 지금은 미국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득만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미국 정부도 깨달을 것으로 본다.

■ 유회준 KAIST AI반도체대학원 원장 약력 △1960년생 △서울대 전자학과 △KAIST 대학원 전기공학 석박사 △벨 커뮤니케이션 리서치 연구원 △현대전자(하이닉스) 반도체연구소 D램 설계실장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현) △KAIST 반도체시스템설계응용연구센터 소장(현)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펠로우(현) △옥조근정훈장 △경암학술상 △IEEE 아시아고체회로학회(ASSCC) 학회장 △PIM반도체설계연구센터 소장(현) △KAIST ICT 융합연구소 소장(현) △KAIST AI반도체대학원 원장(현) △반도체공학회 회장(현)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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