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잠실 대장주 줄줄이 나온 경매장에 입찰자 몰려
엘스 입찰가 대비 5억8000만원, 리센츠 3억9000만원 높여 낙찰
"갈수록 오르는 부동산 공부하자"…중개소 이어 경매 법정에도 '임장크루' 등장
엘스 입찰가 대비 5억8000만원, 리센츠 3억9000만원 높여 낙찰
"갈수록 오르는 부동산 공부하자"…중개소 이어 경매 법정에도 '임장크루' 등장

[파이낸셜뉴스]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풀리면서 호가가 오른 서울 송파구 잠실의 대장 아파트들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소문에 10일 서울동부지방법원 입찰법정은 북적였다. 30대 청년, 신혼부부부터 70대까지 남녀노소할 것 없이 많은 이들이 몰린 가운데 경매 공부에 나선 '임장크루'까지 몰려 들었다.
입찰이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법정 복도는 잔뜩 기대감을 안고 일행과 대화를 나누거나 혹시나 입찰표에 잘못 기재한 내용은 없는지 수차례 확인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유의사항을 알리는 안내방송과 섞여 소란스러웠다.
70대 정씨는 "큰 돈이 오가는 곳이라 떨린다"며 "아들에게 집을 마련해주기 위해 왔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잠실 유망 단지 중 하나에 최저 입찰가보다 5000만원 높은 금액으로 입찰서를 냈다.
오전 10시가 되자 '입찰봉투'라고 적힌 갈색 봉투를 손에 든 사람들이 줄지어 법정 안으로 입장했다. 입찰자들은 원하는 물건의 사건번호와 입찰자 인적사항, 낙찰 희망 가격 등이 적힌 종이가 담긴 봉투를 투명한 입찰함에 넣은 뒤 11시 10분 개찰 시간을 기다렸다.
이날 경매에 나온 물건은 총 37건이었다. 이중 자동차 임의경매 2건을 제외하면 모두 아파트와 빌라 등의 부동산 매물이었다. 물건이 많은 만큼 법정 내 준비된 수십개의 의자가 꽉 찰 뿐만 아니라 법정 내부에 빈틈없이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다.
사건번호를 부르며 개찰이 시작되자 법정 내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이날 인기 매물은 잠실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엘스'와 '리센츠'였다. 지난 1월 한차례 유찰된 엘스 전용 119㎡(2층)는 최저입찰가 26억2400만원에 다시 경매에 나왔다. 입찰자는 11명이었고 가장 높은 입찰가는 무려 6억5000만원 이상 높은 32억7770만원이었다. 하지만 해당 입찰자가 법원에서 인정하지 않는 인감증명서를 제출하면서 무효처리돼 이를 지켜보던 많은 입찰자가 함께 탄식을 내뱉었다.
결국 물건은 2번째로 높은 입찰가 32억1099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최초 감정가와 약 7000만원, 최근 실거래(35억5000만원)와 비교하면 3억원 이상 낮은 가격이다. 낙찰자 김씨는 "경매 첫 참여였는데 어리둥절하다"며 "실거주를 할지, 투자를 할지 이제부터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리센츠 전용 84㎡(7층)에도 11명이 입찰했다. 이 물건은 최초 감정평가액인 24억1000만원을 최저 낙찰가로 진행했는데 이번 경매에서 곧바로 낙찰됐다. 낙찰자는 28억420만원을 써낸 50대 부부로 공동입찰에 성공했다. 같은 층에서 이번 달 이뤄진 실거래(26억6000만원)와 비교해도 오히려 1억원 높은 수준이다. 낙찰을 받은 부부는 경매 전 가지고 있던 주택은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잠실 대장 아파트와 같은 유망한 매물이 줄지어 나오면서 경매법정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같은 법정에서는 송파구의 한 아파트 경매에 87명의 입찰자가 몰리기도 했다.
이같은 경매의 인기에 공인중개소에 이어 법정에도 '임장크루'가 등장했다. 임장크루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커지며 등장한 부동산 스터디 모임이다. 이날 법정에서는 16명의 팀원이 경매 과정을 관람하고 단체 채팅방을 통해 선생님에게 매물과 관련한 특이사항을 들으며 공부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경매 임장크루는 입찰봉투에 희망하는 물건의 사건번호와 입찰가 책정 등 과정을 따라한 모의 입찰도 진행한다. 임장크루 참여자 A씨는 "구매 의사 없이 실거주자가 있는 매물을 직접 보러 가는 중개소 임장크루는 문제지만 우리처럼 공개된 법정에서 공부하는 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경매 과정을 보니 더 쉽게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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