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대통령 재임 중 '마약과의 전쟁'을 명목으로 대규모 살상을 저지른 혐의로 체포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로 압송됐다.
1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가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이륙했다. 필리핀 당국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로 이송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필리핀 경찰은 ICC 체포영장 발부에 따라 홍콩에서 마닐라로 입국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체포했다.
ICC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 임기 동안 마약과의 전쟁으로 벌어진 대규모 살상 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인터폴을 통해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으며, 필리핀 당국은 이를 전달받아 집행했다.
ICC는 이날 오후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확인하면서 그가 구금되는 대로 첫 심문 일정을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이던 2011년 11월 1일부터 대통령 재임 중인 2019년 3월 16일까지 '마약과의 전쟁'을 명목으로 대규모 살상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2016년 취임 직후부터 대대적인 마약 범죄 소탕 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마약 복용자나 판매자가 곧바로 투항하지 않으면 경찰이 총격을 가해 용의자 약 6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필리핀 정부는 집계했다. 그러나 인권단체는 실제 사망자가 3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ICC는 2021년부터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정식 조사를 벌였으며, 이번 체포영장 집행을 시작으로 3년여 만에 본격적인 재판 절차가 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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