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fn광장

[fn광장] 주주충실의무와 향후 과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17 18:10

수정 2025.03.17 19:11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3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으로 설비투자 등 회사의 정상적인 의사결정까지 소송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고 행동주의펀드의 배당요구, 경영개입으로 이사들이 경영에 전념하기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크게 반발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투자자 단체나 증권업계에서는 주주 충실의무가 코리아디스카운트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그동안 문제가 됐던 불공정한 합병, 신주 저가 발행, 쪼개기 상장이 불가능해진다면서 크게 환영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업을 가져온다는 주장부터 정상적 경영활동을 방해하여 밸류다운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크게 다른 것은 상법 규정이 다소 추상적인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상법 제382조의3 제1항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현행법상 이사는 '회사'에 대해 충실의무를 부담하는데, 이제는 '회사 및 주주'에 대해 충실의무를 부담한다. 제2항에는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신설되었다.

그런데 상법이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충실하라고 하니, 회사에는 이익이 되지만 주주에게는 손해가 되는 경우 이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예를 들어 A회사가 B회사와 합병할 경우 시너지 등을 통해 전체 회사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 예상되는 반면, B회사는 자신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주장하여 A회사 주주들이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A회사의 이사는 합병을 추진해야 하는가? 합병을 추진하자니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위반하고, 추진하지 않자니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회사가 공장 설립이나 새로운 사업분야 진출을 위해 자금을 지출한 결과 주가가 하락하면, 이사가 주주 충실의무를 위반하고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지 않은 것이 되는가? 충실의무 규정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익이 상충하는 상황에서만 적용되고, 회사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이 찬성 측의 설명이다. 이러한 설명에는 동의하고 당연히 그렇게 해석되어야 하지만, 상법 규정의 문구가 과연 그렇게 작성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주주의 이익 보호를 강조하다 보니 회사 채권자, 근로자의 이익은 소홀히 해도 된다든지, 기후변화와 저출산 등 지속가능성 관련 문제와 주주의 이익이 충돌할 때에는 주주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 문제가 되는 홈플러스 사태나 지속가능성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맞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구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상법 개정안은 회사 의사결정에 있어서 주주의 이익이 핵심 고려사항으로 대두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이사회 의사결정이나 법원 재판 과정에서 이사의 의사결정이 전체 주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하게 다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는 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여 경영자들의 혁신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업무상 배임죄의 적용 범위를 합리적으로 축소한다든지, 합병·신주 발행·적대적 인수합병(M&A)과 관련하여 이사들이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주주 충실의무의 구체적 내용은 법원의 판결례를 통해 형성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는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 전까지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고 법원의 판결이 바람직하게 형성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실시간핫클릭 이슈

많이 본 뉴스

한 컷 뉴스

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