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한 약방에 환자가 찾아왔다. 환자는 며칠째 속이 더부룩하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머리가 무겁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의원은 망설임없이 약방문을 적었다. 그런데 환자가 받아 든 처방전에는 뜻밖의 글자가 적혀 있었다.
환자는 당황해하면서 “의원님 대두황권이 도대체 어떤 약입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바로 콩나물일세.”라고 답했다.
환자는 다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는 “아니, 의원님! 이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콩나물이야 어디 가서 돈 안 주고도 먹는 흔한 것이고, 그건 반찬이나 국거리 아니옵니까? 어찌 이것이 약이 된단 말입니까?”라고 따졌다.
그러나 의원은 환자를 안심시키면서 “콩나물을 말린 후 덖어서 끓여서 마시면 지금 호소하는 증상은 곧바로 좋아질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게나.”라며 환자를 돌려보냈다. 물론 별다른 약방문이 아니었기에 비용도 받지 않았다.
환자가 약방을 나서자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의원의 제자가 궁금했는지, “스승님, 콩나물이 정말 약이 될 수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의원은 “너 또한 콩나물이 그냥 반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사람들은 콩나물을 하찮게 보지만 콩나물은 훌륭한 약초(藥草)란다.”라고 했다.
제자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콩나물이 약으로 쓰였나요?” 의원은 책장에 있는 <천금방>을 꺼내서 보여주면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아주 옛날부터 콩이 약재로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 가장 오래된 의서인 신농본초경에서도 대두(大豆), 즉 콩이 약재로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콩나물, 즉 대두황권(大豆黃卷)이라는 약재가 정식으로 기록된 것은 천금방이다.”라고 했다.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은 후한(後漢, 25~220년) 시기에 편찬된 책이고, <천금방(千金方)>은 당나라(618~907년) 때 손사막이 지은 서적이다. 보통 <비급천금요방(備急千金要方)>이라고 부른다.
제자가 <천금방>을 펼쳐서 대두황권 편을 찾아보니, “‘대두황권. 맛이 달고 평하며 독이 없다. 오래된 풍습으로 인한 저림증과 함께 근육 경련, 무릎 통증을 치료하고, 오장과 위의 기가 뭉친 것과 적체를 제거하며 기운을 보강하고 독을 제거하며, 피부의 검은 반점을 제거하고 얼굴을 윤택하게 하며 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신장에 이롭다.’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제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자는 다시 “스승님, 그런데 왜 하필 콩을 싹 틔운 걸 약으로 썼습니까? 그냥 콩을 먹는 것과는 뭐가 다른가요?”하고 물었다.
스승은 “좋은 질문이다. 생콩은 소화가 어렵지만 물에 불려 싹을 틔우면 영양이 살아나고 약성도 좋아진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면서 “콩나물을 최초로 전쟁식량으로 사용한 기록도 있다.”라고 하면서 옛날이야기를 하나 꺼내서 들려주었다.
옛날 촉한(221~263년)의 재상인 제갈량은 위나라를 치기 위해 오장원(五丈原) 전투를 벌였다. 그런데 먼 길을 이동하면서 병사들에게 이상한 증상이 생겼다. 병사들의 잇몸에서 출혈이 생기고 치아가 빠졌다.
몸에는 피멍이 잘 생겼고 관절통과 근육통이 빈발했으며 상처가 생겨도 잘 낫지 않는 것이다. 병사들은 의욕이 상실되고 무기력과 우울증까지 생겼다. 심한 경우는 사망하기도 했다. 괴혈병에 걸린 것이다.
괴혈병은 신선한 채소를 먹지 못하면서 비타민C 결핍으로 인한 질환이다. 비타민C 부족으로 콜라겐 합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혈관, 피부, 잇몸, 뼈 등에 이상이 생긴다. 제갈량은 병사들의 증상이 채소를 먹이지 못해서 생긴 것으로 여겼다. 그리고서는 부하에게 식량으로 운송 중이던 마른 콩을 강가에 부어 두도록 했다. 부하는 ‘제갈량이 드디어 미쳤구나’ 생각하면서도 재상이 시키는 일이라 그대로 행했다.
며칠이 지나자 콩에서는 싹이 나기 시작했고, 제갈량은 병사들에게 콩나물은 간을 해서 먹게 했다. 그랬더니 병사들은 힘을 되찾았고, 관련된 증상들이 사라졌으며 끝까지 싸울 수 있었다.
스승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제자는 흥미로워했다. 스승은 “너는 혹시 우황청심환에도 콩나물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아느냐?”하고 물었다. 제자는 “아니, 그러면 요즘도 콩나물을 약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까?”하고 놀라듯이 물었다.
실제로 우황청심환(牛黃淸心丸)에도 대두황권(大豆黃卷)이란 이름의 약재로 콩나물이 들어간다. 대두황권은 콩나물의 싹이 1~3cm 정도 자랐을 때 말려서 약용한다. 우황청심환에서 대두황권의 효능은 신경을 안정시키고, 열을 내려주고, 정신을 맑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제자는 ‘약이란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구나. 아무리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들도 알면 약이 되는 것이로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러고서는 스승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기록해 두었다.
집에서 대두황권을 만들어서 차로 마실 수도 있다. 먼저 대두황권을 만드는 방법으로는 대두(백태 혹은 서목태)를 깨끗한 물로 씻어서 물에 담가 12~24시간 정도 충분하게 불린다. 이것을 발아용 채반 또는 천에 펼쳐놓고 어두운 곳에서 싹을 틔운다. 그러면서 하루 2~3차례 물을 준다. 3~5일 정도면 3cm 정도 싹이 하는데, 너무 싹을 길게 틔우면 약효가 적어진다.
이것을 깨끗한 물에 씻어 물기를 제거한 후, 그늘지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천천히 말린다. 햇볕이 너무 강하면 색이 변할 수 있다. 완전히 바짝 마르면 대두황권이 완성된다. 대두황권을 차로 마시고자 하면 말린 대두황권 10~15g을 가볍게 덖어서 물 1L에 넣고 약한 불로 30분 정도 끓인다. 이것을 걸러내서 하루 한두 차례에 걸쳐 따뜻하게 마시면 된다.
대두황권은 습비(濕痺)를 제거해서 근육 경련과 관절 통증을 완화하고 소화를 잘 되게 한다. 또한 이뇨작용이 있어서 체내 노폐물 배출을 촉진하고, 간 기능 보호와 해독 효과가 있어서 숙취에도 좋다.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효능이 있어서 평소 손발이 차가운 사람들에게도 좋다. 알고 보니 밥상 위의 콩나물도 약이었다.
* 제목의 ○○○은 ‘콩나물’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신농본초경> 大豆. 味甘平, 主治瘡疥熱氣, 解蠱毒, 下氣, 久服瘦人. (대두. 맛이 달고 평하다. 창개와 열기를 다스리며, 고독을 해독하고, 기를 내리며, 오래 복용하면 사람을 마르게 한다.)
<천금요방> 大豆黃卷, 味甘平無毒, 主久風濕痺, 筋攣, 膝痛, 除五臟胃氣結積, 益氣, 止毒, 去黑子, 面䵟, 潤澤毛皮, 宜腎 (대두황권. 맛이 달고 평하며 독이 없다. 오래된 풍습비로 인한 근육 경련과 무릎 통증을 치료하고, 오장과 위의 기의 결집과 적체를 제거하며 기를 보강하고 독을 멈추며, 검은 반점을 제거하고 얼굴을 윤택하게 하며 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신장에 이롭다.)
<동의보감> 牛黃淸心元. 治卒中風, 不省人事, 痰涎壅塞, 精神昏憒, 言語蹇澁, 口眼喎斜, 手足不遂等證. 山藥 七錢, 甘草(炒) 五錢, 人參, 蒲黃(炒), 神麴(炒) 各二錢半, 犀角 二錢, 大豆黃卷(炒), 肉桂, 阿膠(炒) 各一錢七分半, 白芍藥, 麥門冬, 黃芩, 當歸, 防風, 朱砂(水飛), 白朮 各一錢半, 柴胡, 桔梗, 杏仁, 白茯苓, 川芎 各一錢二分半, 牛黃 一錢二分, 羚羊角, 麝香, 龍腦 各一錢, 雄黃 八分, 白斂, 乾薑(炮) 七分半, 金箔 一百二十箔(內四十箔爲衣), 大棗 二十枚(蒸取肉硏爲膏). 右爲末, 棗膏入煉蜜和勻, 每一兩作十丸, 金箔爲衣, 每取一丸, 溫水化下. (우황청심원. 졸중풍으로 인한 인사불성, 담연이 막힌 것, 정신이 희미한 것, 말하지 못하는 것, 구안와사, 손발을 못쓰는 증상을 치료한다. 산약 7돈, 감초 볶은 것 5돈, 인삼, 포황 볶은 것, 신국 볶은 것 각 2.5돈, 서각 2돈, 대두황권 볶은 것, 육계, 아교 볶은 것 각 1.75돈, 백작약, 맥문동, 황금, 당귀, 방풍, 주사 수비한 것, 백출 각 1.5돈, 시호, 길경, 행인, 백복령, 천궁 각 1.25돈, 우황 1.2돈, 영양각, 사향, 용뇌 각 1돈, 웅황 8푼, 백렴, 건강 습지에 싸서 구운 것 7.5푼, 금박 120장. 이 중 40장은 우황청심원에 입힌다. 대추 20개, 앞의 약을 가루내고 여기에 대추 고약에 졸인 꿀을 넣고 고루 섞은 것 1냥으로 10알을 만들고 금박을 입힌다. 1알씩 따뜻한 물에 먹는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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