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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에 욕설' 트럼프, 사법부와 충돌 격화…머스크는 탄핵 '돈질'

뉴스1

입력 2025.03.20 12:53

수정 2025.03.20 12:53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사법부 간의 충돌이 점점 격해지고 있다. 트럼프의 일부 정책에 법원이 제동을 걸자 트럼프가 탄핵을 주장했고 이에 법원이 '불만이 있으면 탄핵이 아니라 항소하라'고 반복해서 응답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판사 탄핵을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허용 최대치의 기부를 하면서 거들고 나섰다.

트럼프·백악관, "미치광이""민주당 활동가" 막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연방 직원 해고, 불법 이민자 추방과 트랜스젠더 군복무 금지 등의 위헌적 요소가 있는 행정명령을 다수 발동했다. 이에 피해를 본 대상자들이 소송을 제기, 최근 이 명령들에 대한 가처분 판결 등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아나 레예스 워싱턴 지방법원 판사는 18일(현지시간) 성별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 행정명령 시행을 본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임시로 금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5일 불법 이민자 수백 명을 비행기 3대에 태워 추방했는데 제임스 보스버그 워싱턴DC 연방 판사는 베네수엘라 국적자 5명이 낸 '집단소송 청구 및 인신보호영장 신청'을 심사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추방 일시 중지 명령을 내리고 비행기를 돌릴 것을 요구했다. 출생시민권 폐지, 연방 직원 해고 등도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이에 대한 트럼프의 반응은 격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보스버그 판사를 '좌파 미치광이 판사, 말썽꾼, 선동가'라고 부르면서 탄핵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19일 판사들이 행정권을 '찬탈'했다고 주장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극좌파가 조직적으로 분명히 '민주당 활동가'로 행동할 판사를 임명해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대통령이자 우리나라 최고 경영자의 의지를 찬탈할 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의 의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부비서실장 스티븐 밀러도 사법부를 향해 "지방법원 판사들이 국방부 장관, 국무부 장관, 국토안보부 장관, 총사령관의 역할을 맡았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재차 보스버그 판사를 공격했다. 트럼프는 탄핵 촉구 발언은 하지 않았지만 "만약 대통령 역할을 맡고 싶어 하는 급진 좌파 미치광이 판사 때문에 대통령이 살인자와 다른 범죄자들을 우리나라에서 내쫓을 권리를 못 갖는다면, 우리나라는 매우 큰 곤경에 처하고,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법부 "불만 있으면 탄핵 말고 항소해"

그러자 사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정중히 경고했다. 보스버그 판사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판사의 추방 일시 중단 명령을 위반할 경우 후과(後果)를 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의 명령을 위반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17일 법무부 변호사를 심문에 출석시켜 추방 항공편들의 출발지·경유지·목표지와 출발·도착 시간 등 기초적 사실관계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으나 사실상 무시됐다.

그 후 이날 보스버그는 "행정부가 민사 소송에서 민감한 국가 안보 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국가 비밀 원칙을 발동할 수 있다"면서도 "추방 비행기에 대한 세부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설명하라"고 말했다. 보스버그는 그러면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X에 올린 항공편 관련 게시물을 인용하며 트럼프 측이 말하는 이 명령을 준수할 경우 국가 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주장은 믿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날 보스버그 판사 역시 법무부 변호사들에게 '법원 판결은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이 명확히 밝혔듯이, 법적으로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는 가처분 명령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에게 적절한 구제책은 불복종이 아니라 항소심"이라고 강조했다.

18일 미국 대법원장인 존 로버츠 판사가 판사 탄핵을 주장한 트럼프에 대해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고 말한 것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앞서 로버츠 대법원장은 "탄핵은 사법 판결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하기에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는 것이 2세기 이상 확립되어 왔다"면서 "그 목적을 위해서라면 정상적인 항소 심사 절차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민주당 활동가'라고 명명한 보스버그 판사는 공화당 대통령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처음 판사로 임명되었고, 나중에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방 법원 판사로 임명해 딱히 어느 당 판사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인물이다.

머스크, 공화당 의원들 기부금 주며 사법부 비판 독려

이 와중에 머스크는 사법부를 비난하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거액을 기부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1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머스크는 사법 탄핵을 지지하거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최근 판결에 대응하여 어떤 형태의 "조치"를 요구한 7명의 공화당 의원의 캠페인에 최대한의 현금 기부금을 제공했다.

기부금을 받은 텍사스의 브랜든 길 하원 의원은 보스버그 판사에 대한 탄핵 조항(article)을 제출했고 콜로라도의 로렌 보버트 하원 의원은 보스버그 탄핵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보스버그 외에 트럼프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판결을 한 다른 판사들도 타깃이 됐다. 탄핵 조항 제출은 탄핵 절차의 기초로, 어떤 일로 탄핵당하여야 하는지 설명하는 단계다. 이 밖에도 트럼프가 3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결의안을 제출한 의원도 기부금을 받았다.

머스크는 X에 올린 게시물에서 로버츠 대법원장의 '2세기' 표현을 되받아 "2세기 이상 동안 판사인 척하는 활동가들이 법체계를 이렇게 극단적으로 남용한 적은 없었다. 그들을 탄핵하라"고 선동했다. 그는 판사들의 결정을 "사법 쿠데타"라고 부르면서 구체적으로 "판사를 탄핵하고 국민의 통치를 회복하려면 60명의 상원의원이 필요하다"고 썼다. AFP통신은 머스크가 탄핵에 실제로 필요한 상원의원 수인 67명을 60명으로 잘못 말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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