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기부 석유 업체에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할 것을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압박이 그저 말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직시간) 트럼프가 공화당 주요 정치기금 기부자인 석유 재벌 해리 서전트 3세에게 28일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서전트는 막후에서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의 갈등을 완화하는 데 노력한 인물이다.
미 재무부는 28일 서전트가 소유한 석유 그룹 글로벌오일 산하의 글로벌 오일 터미널스가 갖고 있던 베네수엘라 사업허가를 취소했다.
앞서 미 석유메이저 셰브론도 같은 조처를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를 고립시키기로 마음을 굳힘에 따라 서방 기업들은 5월 말까지 베네수엘라 사업을 접어야 한다.
서전트는 트럼프와 친분이 두터운 인물로 베네수엘라에서도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와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하루 종일 골프를 치고는 이튿날 제트기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로 가곤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는 미국이 세계 최대 석유, 가스 보유국 가운데 한 곳인 베네수엘라 이권에 깊숙하게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을 이끈 막후 인물이기도 하다.
베네수엘라 독재자 니콜라 마두로는 서전트를 ‘아부엘로’라고 부른다. 아부엘로는 스페인어로 할아버지를 뜻한다.
서전트의 글로벌오일은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베네수엘라 사업면허를 딴 뒤 정기적으로 베네수엘라 서부에서 미국으로 막대한 석유제품을 운송해왔다. 이 가운데 일부는 미 고속도로 포장에도 투입됐다.
그러나 글로벌오일의 베네수엘라 사업면허 3개가 28일 한꺼번에 취소됐다.
재무부는 글로벌오일에 보낸 서한에서 글로벌오일이 베네수엘라 기관들에 지급해야 하는 모든 미납금은 4월 2일까지 완납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4월 2일은 상호관세가 발표되는 날이기도 하면서 베네수엘라 석유를 수입하는 모든 나라에 25% 관세를 물리기로 한 날이다.
서전트는 WSJ에 마감시한이 촉박해 5월 말보다 더 이른 시기에 베네수엘라 사업을 접어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2기 행정부 들어 1기와 달리 베네수엘라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부가 미국 불법 이민자들을 다시 수용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면서 응징하기로 태도를 바꿨다. 지난 10년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의 경제 정책 실패와 정치적 억압 속에 최소 700만명이 나라를 떠났고, 상당수가 미국으로 불법 입국했다.
베네수엘라가 거부하면서 베네수엘라 불법 이민자들은 최근 230여명이 엘살바도르 교도소로 보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을 흉포한 범죄자 집단으로 간주했다.
한편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제재 일환으로 재무부는 3월초 셰브론에 4월초까지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이를 5월 말로 연장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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