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사라지는 시네마 천국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30 18:43

수정 2025.03.30 18:43

장인서 문화스포츠부
장인서 문화스포츠부
20세기 명화 '시네마 천국(1988년)'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영화감독이 된 살바토레(토토)가 텅 빈 객석에 홀로 앉아 수많은 키스신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40여년이 흐른 지금, 다른 의미로 같은 경험을 한다. 밤 9시 이후 영화라도 볼라치면 극장 내 관람객이 달랑 한두 팀인 경우가 드물지 않다. 심지어 주말, 한국 서울에서도 가장 번화가인 홍대에서 말이다.

관객이 느낀 썰렁함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폐관한 극장 수는 16개에 달한다. 한국 영화산업의 메카로 불리던 충무로 대한극장을 비롯해 멀티플렉스 시대를 이끈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핵심 상권 지점들이 차례로 문을 닫았다. CGV는 이달에만 4개 지점의 폐관을 결정했고, 코로나19 이후 두번째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극장가의 위기를 논할 때 많은 이들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영상물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기는 미디어 환경은 분명 방송영상콘텐츠산업의 진화이지만 오프라인에 묶인 극장 입장에서는 생존의 위기다.

과거 영화와 극장이 제 그릇에 담긴 음식처럼 환상의 콤비를 이뤘다면 지금은 이 그릇을 대체할 플랫폼이 너무 많다. 소비재 시장이 온라인 거래 중심으로 재편된 것과 유사한 흐름이다. 극장은 4DX와 스크린X 등 프리미엄 시설, K팝 공연 실황과 스포츠 경기 생중계 등 콘텐츠 차별화로 사활을 걸고, 이도 안 되면 일반 공연장으로 탈바꿈을 시도한다. 최근 메가박스 강남점이 7개 상영관 전석을 리클라이너로 바꾸고 2시간 동안 낮잠을 자고 갈 수 있는 티켓을 1000원에 판매해 화제가 됐다. 이러한 노력이 가속화될수록 영화가 곧 극장이었던 등가 공식도 빠르게 깨진다.

숙제는 또 있다. '숏폼'의 강세는 영상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아주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13일 발표한 '숏폼 드라마 관련 U&A 조사'에 따르면 최근 '시성비(시간 투자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응답자의 70%가 '전개 빠른 드라마'를 선호했고, 46.3%가 '30분 정도의 영상을 길게 느낀다'고 답했다. 짧은 영상을 다중으로 소비하는 스낵컬처가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러닝타임이 최소 100분인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향하는 소비자의 동기와 애로사항을 읽고, 티켓값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없다면 황금시대의 종말은 피할 수 없다.

en130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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