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수출 '한국호'에 비상이 걸렸다. 상호관세 부과 발표 전인 올 1·4분기까지의 한국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수출 둔화 조짐이었던 상황에서 더 나쁜 관세 명세서를 받은 형국이다.
한국이 부과받은 상호관세율은 25%다. 미국의 주요 교역국인 중국(34%), 베트남(46%), 대만(32%), 일본(24%), 인도(26%)와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다소 낮다.
하지만 '25% 관세율'은 기존 자유무역 질서에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인데다 우리나라의 대외교역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은 게 문제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88%(국내총생산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 59%보다 월등히 높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비중은 35.7%에 달한다. 미국은 중국에 이은 2위 수출국이다. 미중 갈등이 첨예하면서 미국의 대 중국 관세가 높아 우리 기업은 양대 시장에서 모두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럽연합(EU), 아세안 등 다른 주요 시장에서도 '관세 폭탄'이 떨어져 수출 동력 전반이 떨어질 수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최악의 경제환경에 직면한 셈이다.
여기에다 내수 침체와 투자 부진 등으로 한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도 부담이다. 수출은 사실상 유일한 성장 엔진이었기 때문에 수출 위축은 경제 전반에 부담을 키울 요인이다.
당장 이번 상호관세 부과는 한국 수출을 더욱 쪼그라들게 할 전망이다.
미국 시장에서의 한국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대미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등에 대한 수출 제재와 관세 폭탄 역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악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캐나다, 베트남 등 한국 기업이 생산 기지를 둔 국가들의 대미 수출까지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의 우회 수출 경로를 차단하는 게 이번 관세 조치의 목적"이라며 "베트남에 관세율 46% 부과한 게 한국 기업의 피해를 키울 요인"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상호관세는 기존의 양자 간 관세율에 추가로 부과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기존 관세율이 0%였던 한국은 중국, 베트남, 일본, 대만 등 경쟁국들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 제조 기반 기반이 없는 수입품의 경우 한국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주원 실장은 "상호관세 부과는 끝이 아니라 이제 협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며 "알래스카산 LNG 수입 등 이미 제기된 현안에서 정부가 협상 전략을 잘 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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