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나라에 부과한 '25% 상호관세'가 9일(미 동부 현지시간 오전 0시 1분, 한국시간 오후 1시)부터 발효됨에 따라, 우리 정부가 수출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에 나섰다.
현재 주요 기관들은 미국의 상호관세로 인해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액이 최대 7%, 약 74조 원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정부는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자동차·부품 산업부터 정책금융 등 3조원의 긴급 유동성 자금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또한 수출바우처를 1000억 원 이상 확대하고, 수출국 다변화를 위해 한·일·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주요국과의 협정 논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통상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향후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韓 수출액 최대 7.5% 감소 전망도…성장률 하락 불가피
미국의 이번 관세 조치로 예상되는 한국의 연간 수출액 피해는 510억 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애스턴대 연구 결과를 인용한 것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 수출이 7.5%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액이 6800억 달러였던 점을 보면, 약 510억 달러(약 75조 원) 이상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국내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산업연구원 등도 모든 국가에 대한 20% 관세 부과를 기준으로 우리 전체 수출이 최대 448억 달러(약 65조 5000억 원)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실제 관세율이 25%까지 높아지면서 수출 피해는 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은 이번 관세 조치로 한국의 전체 수출량은 최대 7%, 성장률은 최대 0.4%포인트(p)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IBK경제연구소도 25% 관세 부과 시 대미 수출이 12.8%, 전체 수출이 4.6%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대미 수출이 13% 이상 감소하고, 국내 부가가치 손실 규모가 10조 6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미 수출 감소로 인해 성장률이 0.5%p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력 車·부품 산업에 3조 긴급 투입…나머지 업종도 순차 지원
이처럼 국내 산업에 대규모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정부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우선 정부는 기업의 피해분석, 분쟁해결, 대체시장 발굴 등을 위해 수출바우처를 1000억 원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피해 업종에 대해서는 특별 정책금융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정부는 이날 자동차·부품사에 대해 내년 정책금융 자금을 13조 원에서 15조 원으로 2조 원 늘리기로 했다. 그 외 업종은 분야별 대책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주요 금융기관은 전날 피해업종,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총 25조 원 이상의 금융지원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도 우리·국민은행 등 금융권,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무역보험공사와 함께 1조 원 규모의 상생자금을 운용한다.
아울러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은 위기 대응 특별 대출프로그램을 신설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오는 11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발표된다. 관세 피해를 본 중소기업에는 내년 2500억 원을 배정한 '긴급경영안정자금'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제조사 할인 금액에 연동하는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올해 상반기에서 연말까지 연장하고, 정부 매칭지원비율도 기존 20~40%에서 30~80%로 대폭 확대한다. 신차 구매 시 개소세 탄력세율을 5%에서 3.5%로 낮추는 추가 지원도 검토한다.
◇막힌 美 수출에…글로벌사우스 진출·한중일 FTA 논의 '속도'
지난해 전체 수출액의 18.7%를 차지하는 대(對)미 수출에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우리 정부는 대체 수출시장 발굴을 위한 지원을 강화한다.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의 신흥개발국) 등 저변 확대를 위해 해외박람회 개최를 확대하고, 30대 수출프로젝트 발굴을 위한 주요국 수출플랫폼을 구성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수출 초기 단계에 필요한 해외인증 비용 지원 확대, 중소기업 해외법인 운영 정책자금 명목으로 총 600억 원을 신규 지원한다. 수출바우처 물류비 한도는 기존 3000만 원에서 4000만 원으로 올린다.
특히 한·일·중 FTA 등 주요국과의 협정 논의를 진행한다. 아랍에미리트, 에콰도르 등 이미 타결된 협정의 조기 발효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주력 업종을 대상으로 기술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폐지를 추진한다. 경제적 중요성이 큰 고부가 기술의 경우 '국가전략기술' 추가 지정도 검토한다.
이를 위해 국가재정법,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을 올해 목표로 추진하고, 법 개정 전이라도 예타 면제 등 패스트트랙을 활용하기로 했다.
첨단산업의 경우 대규모 지분투자·대출·보증 등이 가능한 '첨단전략산업기금'의 연내 가동을 추진한다. 반도체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협의에 나서고,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총 1조 8000억 원) 지원 계획도 구체화하기로 했다.
이외에 정부는 다음 달 중 유턴투자 보조금 확대, 국내 정착지원 등 '통상위기 대응 유턴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통상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는 산업·기업이 밀집된 지역의 경우 산업·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유턴기업에 대한 투자 보조금이 지금 145억 원가량 예산에 편성돼 있는데, 대폭 확대할 예정"이라며 "반도체 특별법의 경우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적극 통과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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