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강달러·엔고에 외화예금 '썰물' [美 상호관세 발효]

이주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09 18:21

수정 2025.04.09 18:21

원가치 하락에 기업들 대금 인출
개인 투자자는 차익실현 나선 듯
은행들 달러·엔화 수신관리 분주
환전도 겁나네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선에 다가섰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9원 오른 1484.1원(오후 3시30분 기준)을 기록했다. 이날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청사 환전소에 각국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스1
환전도 겁나네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선에 다가섰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9원 오른 1484.1원(오후 3시30분 기준)을 기록했다. 이날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청사 환전소에 각국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스1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격화하면서 원화가치가 급락하는 가운데 주요 은행의 외화예금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싸진 외화를 파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달러 및 엔화 예금이 빠져나가는 추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예금 잔액(8일 기준)이 574억4948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달 1일(584억8006만달러)과 비교하면 10억3058만달러가 빠졌다. 5거래일 만에 1조5000억원가량 줄어든 셈이다.



엔화예금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기준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8984억1477만엔이었다. 이달 1일(9183억5937만엔)에 비해 199억4460만엔(약 2030억원)이 줄었다.

시중은행에서 외화 수신의 양대 축인 달러와 엔화가 모두 단기간에 급감하는 상황이다.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 속에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달러예금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들이 무역대금 결제 등을 위해 외화예금을 인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환테크(환율+재테크)'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영향도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0.9원 오른 1484.1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약 16년 만에 최고치다. 원·엔 환율도 함께 치솟고 있다. 지난 7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08.52원을 나타내며 1000원을 넘어섰다. 2023년 4월 말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슈퍼엔저'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엔화로 재테크를 하는 '엔테크족'의 탈출 행렬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2023년 9월 1조372억엔을 기록한 이후 17개월 연속 1조엔대를 유지해왔다.

2023년 환율이 100엔당 900원대 초반에 오랜 기간 머물면서 엔테크 수요가 커진 때문이다. 하지만 엔화값이 상승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잔액이 줄더니 올해 2월부터 1조엔 밑으로 내려가는 등 차익실현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외화예금이 계속 빠져나가면서 은행들은 외화 곳간 관리에 분주해졌다. 외화수신액이 줄어들면 외화유동성이 악화할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주요 외화유동성 지표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2월까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국민은행의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77.5%에서 142.1%로 35%p가량 급락했다. NH농협은행 LCR은 같은 기간 155.4%에서 140.8%로 약 15%p 하락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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