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아파서 내원했다가 허리에서 문제 찾아
노화로 인한 퇴행 외 과도한 척추부담도 문제
[파이낸셜뉴스] #걷다보면 다리가 무거워지고 힘이 빠져 자주 쉬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최 씨(65세, 여)는 검사 결과, 허리병인 ‘척추관 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걷는 게 점점 힘들어져 길가다 멈춰 서 쉬어야 하는 일이 많아 분명 다리의 문제인줄 알았던 최 씨는 허리가 문제였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노화로 인한 퇴행 외 과도한 척추부담도 문제
진료를 하다 보면 다리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허리에 병이 있는 것으로 진단되어 척추클리닉으로 오는 환자분들이 종종 있다. 다리힘이 약해지면서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면 대부분 다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의외로 허리 쪽에 있는 다리나 엉덩이로 가는 신경이 눌려 발생하는 허리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허리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과 같은 허리 질환을 가진 환자 중 최 씨와 같이 다리와 엉덩이 저림을 동반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척추관 협착증은 노화로 인해 척추 뼈와 인대가 굵어져 신경을 누르면서 통증과 저림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노화로 인한 퇴행이지만 평소 작업을 하면서 척추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척추관 협착증의 경우 60~80대 여성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폐경 이후 여성 호르몬이 줄면서 뼈와 관절이 쉽게 약해져 척추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허리를 펴고 오래 걸을 때 다리가 무거워지거나 힘이 빠지는 증상이 생길 수 있는데, 이때 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나 가만히 누워있으면 증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착각해 질환을 방치하기 쉽다. 특히 척추관 협착증은 허리를 숙이면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어, 길을 가다 허리를 구부린 채 걷고 있는 분들의 경우 척추관 협착증 환자일 확률이 높다.
협착증 초기에는 신경주사나 시술을 통해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으나, 협착증이 많이 진행되어 다리에 힘 빠짐, 감각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스테로이드 주사나 시술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척추질환은 단계적으로 치료가 이루어져 가능한 수술 없이 치료하지만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자신의 뼈, 인대, 근육을 최대한 살리는 최소 침습적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기존 치료 방법의 단점을 개선한 ‘양방향 척추 내시경술’이 척추 질환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작은 구멍을 통해 수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흉터가 작아 회복 속도가 빠르고, 입원 기간이 짧다는 점과 고령자나 만성질환 환자도 안심하고 수술 받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으로 꼽힌다.
다리 증상으로 인해 고관절이나 무릎 같은 관절 질환으로 생각해 간단한 약물치료만 하다가 질환이 악화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심한 경우 보행 장애까지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박재현 원장 (바른세상병원 척추클리닉 / 신경외과 전문의)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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