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키 욕심 내다가 발건강 잃는다… 남자도 위협하는 무지외반증 [Weekend 헬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6 04:00

수정 2023.06.16 04:00

엄지발가락 휘어지는 대표 발질환
여자 환자 많아 하이힐병이라 불렸지만 키높이 깔창 유행하며 남자도 증상 늘어
변형 방치하다 40도 이상 꺾이면 중증
관절염·디스크 등 2차질환 부를수 있어
키 욕심 내다가 발건강 잃는다… 남자도 위협하는 무지외반증 [Weekend 헬스]
무지외반증 환자의 수술 전후 모습. 수술 전인 모습인 왼쪽에는 엄지발가락인 무지가 과도하게 휘어 있지만 수술을 받고 난 후인 오른쪽에는 무지가 곧아졌다. 바른세상병원 제공
무지외반증 환자의 수술 전후 모습. 수술 전인 모습인 왼쪽에는 엄지발가락인 무지가 과도하게 휘어 있지만 수술을 받고 난 후인 오른쪽에는 무지가 곧아졌다. 바른세상병원 제공
야외활동이 많아지면서 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높은 굽, 바닥이 딱딱한 신발, 과도한 운동 등 발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그 중 하이힐 구두와 같이 신발 코가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을 자주 신을 때 유발되는 대표적인 발 질환으로 무지외반증이 있다.

무지외반증이란 엄지발가락인 무지가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어지는 질환으로, 엄지 발가락 내측 돌출 부위가 신발에 반복적으로 눌리면서 통증과 염증을 유발한다. 하이힐병이라고 불리며 굽이 높고 볼이 좁은 신발을 장시간 착용하게 되면서 생기는 질환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평발이나 유전적인 요인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특히 여성 환자들의 경우 여름에는 샌들을 신어 발이 드러나기 때문에 여름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1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무지외반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연간 6만여명에 이르며 전체 환자의 약 80%가 여성인 것으로 확인된다. 반대로 약 20%가 남성 환자로, 무지외반증을 가진 남성도 상당수다.

바른세상병원 수족부센터 홍인태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남성들은 여성들에 비해 비교적 굽이 낮고 편한 신발을 신다 보니 변형이 있어도 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키높이 신발이나 깔창 등을 이용하는 남성들이 늘면서 남성 환자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치하면 변형 심해지는 무지외반증

무지외반증이 발생하면 발 변형으로 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미용상의 문제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진행형 질환이라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가락 변형이 점점 심해지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지외반증은 증상이 진행될수록 튀어나온 엄지발가락 내측 돌출 부위의 통증으로 보행이 정상적이지 않아 발뿐 아니라 무릎이나 허리 등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변형이 심할 경우 엄지발가락이 검지발가락을 찌르기도 하고 엄지발가락 위로 검지발가락이 올라타기도 하며, 돌출된 엄지발가락 내측 또는 위로 올라온 검지발가락이 신발에 눌려 신발을 신기조차 고통스러울 수 있다. 또 보행장애가 생기면서 검지와 중지 발가락쪽 발바닥에 큰 굳은 살이 생기기도 하며, 증상을 장기간 방치할 경우 발목인대 손상과 무릎 관절염, 허리 디스크 등 2차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무지외반증 초기에는 변형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질환이라기 보다는 단순 컴플렉스로 여겨 방치하다 질환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무지외반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굽이 높지 않고 볼이 넓은 신발을 착용하는 등 생활 속에서 주의해야 하고, 본인의 발이 선천적으로 무지외반증이 있다면 발이 잘 맞고 움직이기 편한 소재의 신발을 착용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변형이 심하지 않은 경우라면 발가락 교정기 등을 착용하면 진행을 어느 정도 막을 수는 있다. 하지만 교정기로는 무지외반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는 없다. 따라서 발의 변형이나 통증으로 걷기가 힘들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방치 시 다른 발가락에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합병증이 유발되기도 하고, 무지외반각이 40도 이상의 중증 변형일 경우 절개가 커지고 수술 방법이 복잡해지며 수술 이후의 재발 확률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최소침습교정술, 통증과 흉터 최소화

무지외반 수술은 변형된 엄지 발가락 주변으로 중요한 신경, 인대, 혈관들이 있기 때문에 수술 시 그 주변 조직의 손상이 없도록 해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기존 수술은 변형된 뼈를 교정하기 위해 엄지발가락 뼈 안쪽을 절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수술 후 통증과 주변 조직의 손상으로 합병증 위험이 높다. 또 더딘 회복으로 인해 환자들의 심적 부담이 컸다. 특히 여성환자들의 경우 수술후 통증이나 수술 흉터,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가 커서 수술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다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무지외반 최소침습 교정술'을 통해 절개 없이 4~5mm 미만의 작은 상처 4~5개를 통해 수술한다. 4~5cm 가량을 절개하는 기존 수술에 비해 통증과 흉터는 거의 없고, 수술시간도 단축돼 회복 속도도 빨라졌다. 무지외반증은 발 변형 정도에 따라 초기·중기·말기로 구분하는데, 최소침습 교정술은 초·중기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하지만 중기 이상의 환자라도 변형이 심하지 않은 경우라면 무지외반 최소침습 교정술을 시행할 수 있다. 홍 원장은 "여성 환자들이 많은 만큼 미용적인 측면에서도 무지외반증 최소침습 교정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최소 절개로 수술이 진행되기 때문에 봉합이 필요 없고, 수술 후 상처도 거의 없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발의 변형이 있더라도 통증이 없는 경우라면 반드시 수술 치료를 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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