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으로 파나마 운하의 수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운하 통행이 차질을 빚고 있다.
국제 교역망에도 타격이 빚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이하 현지시간) 폭염과 이상 가뭄으로 인해 파나마 정부가 파나마 운하 통행 제한을 연장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적도 밀림 지대에 있는 파나마 운하는 세계에서 가장 습한 지역 가운데 한 곳이지만 올해에는 극심한 가뭄 속에 운하 수위가 급격히 낮아진 상태다.
이때문에 파나마 당국은 파나마 운하 통행 선박 수를 낮추고, 무거운 화물이 실린 배는 아예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여름철 우기에는 드문 이같은 조처는 지난 5월 시작돼 오는 12월까지 지속된다. 상황이 좋아지지 않으면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운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 해운업체 하팍-로이드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노선에 추가 요금을 물리기로 했다. 파나마 운하 통행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선박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도는 긴 여정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세계화 흐름이 역행하면서 교역이 줄어 그 충격이 덜하기는 하지만 운항 차질은 불가피하다.
짐을 많이 실은 배가 아니더라도 예전에 비해 파나마 운하 통과를 위해 기다려야 하는 대기시간이 늘고 있다. 지금은 2주 이상 대기해야 운하 통과가 가능하다.
세네타 수석 애널리스트 피터 샌드는 "파나마 운하는 현재 컨테이너 해운 시장의 진정한 와일드카드(변수)"라면서 "파나마 운하 체증이 심각해지면서 해운사들은 자신들이 택할 수 있는 옵션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 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110년 된 파나마 운하는 세계 해운망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액화천연가스(LNG)부터 남미의 열대 과일들을 비롯해 전세계 교역량의 3% 이상이 이 운하를 거쳐간다.
데이터 제공업체 MDS트랜스모덜에 따르면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화물선 운반물량의 최대 29%가 파나마 운하를 관통한다.
파나마 정부는 갑자기 비가 많이 오면서 가뭄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같은 통행 제한 조처를 내년에도 지속할 전망이라고 10일 발표했다.
대양을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를 비롯해 운하들은 대개 바닷물이 수로를 지나기 때문에 가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파나마 운하는 다르다.
높이 차이 때문에 중간 중간 갑문을 만들어 담수를 채운 뒤 배들이 각 구간을 지나도록 만들어졌다. 가뭄으로 운하에 유입되는 물이 줄면 수위가 낮아져 운항이 그만큼 지연된다.
배 한 대가 지나갈 때마다 약 1억89270만L 이상의 담수가 필요하다.
파나마 운하는 올 상반기 거의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맞았다. 5월에는 국가 비상사태마저 발동됐다.
파나마 운하 관리청(ACP)은 5월 운하를 통행하는 배의 심도한계를 44피트(약 13.4m)로 제한했고, 적재 화물 규모도 제한했다. 7월말부터는 하루 운항 통행 선박 수를 32대로 제한했다. 하루 평균 통행 선박 수 36대를 밑도는 규모다.
이때문에 지난 11일 현재 운하 통과 대기 선박 수는 264대를 기록했다. 머린트래픽에 따르면 이는 1년 전에 비해 16% 증가한 규모다.
대기 시간도 길어져 지난달 10일 여드레(8일)이던 대형 LNG 선박의 대기 시간이 이달 10일에는 18일로 늘었다.
화물 운임은 뛰고 있다.
세네타에 따르면 중국에서 미 걸프만으로 가는 40피트짜리 일반 컨테이너 평균 운임은 6월말 이후 36% 폭등해 2400달러로 치솟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