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형 임금 바꾸고 개혁 고삐좨야
폐업 자영업자 재취업 길도 열릴것
폐업 자영업자 재취업 길도 열릴것
노동시장의 고령화 추세는 향후 더 공고해질 것이라는 점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당장 내년부터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웃도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 1000만명에 육박하는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는 올해부터 10년 내 순차적으로 은퇴를 시작한다.
2차 베이비부머는 전체 인구의 20%에 육박한다. 이들은 과거 어느 세대보다 근로욕구가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하지만 시장 추세를 보면 이들 역시 지금의 60대, 70대처럼 수십년에 걸쳐 쌓은 경력과 무관하게 저숙련 일자리로 재취업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20~75세 남성 취업자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르면 연령이 높을수록 반복적이고 육체적인 업무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임금에 시달리다 자영업자가 된 뒤 여러 이유로 사업을 접고 실업자가 된 중장년 문제도 같은 범주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폐업 후 일자리를 못 찾는 자영업자가 1년 새 20% 넘게 증가했다. 최근 수년간 60대 창업자가 크게 늘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대출금 연체 등의 고통을 겪고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한계상황의 자영업자들에 대해 과감한 채무조정 등 금융지원이 수반돼야 하지만 이런 방법은 단기처방에 불과하다. 고령자들이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것은 일할 의욕은 여전하지만 이를 충족할 만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충분한 준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창업에 발을 디디고 빚수렁에 빠진 뒤 실업자가 되는 악순환 고리는 끊어야 한다.
노년의 기술과 경력을 우리 사회가 적극 활용하기 위해선 경직된 시장을 유연하게 개혁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작되면 연간 경제성장률이 최대 0.38%p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현장에서 즉각 투입 가능한 숙련공을 내보내는 기업들도 심각한 인력난에 봉착할 수 있다.
연공서열형 임금구조를 과감히 수술해 생산성 평가에 따라 임금을 정하는 방식이 답이 될 수 있다.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책이 일자리를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이다. 경력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구조에선 중장년, 퇴직자 재고용이 쉽지 않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사가 단체교섭에서 합의한 숙련 재고용 확장 제도는 이런 점에서 모범이 될 만하다. 생산직 근로자의 정년 후 촉탁계약 기한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는데, 임금은 신입사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서로가 원하는 바를 얻은 것이다.
시장 유연화를 전제로 한 정년연장 논의도 시작할 필요가 있다. 강제로 정년연장을 추진하면 청년세대와 갈등을 부추기고 기업에도 막대한 부담이 된다. 정년연장은 노동개혁의 큰 틀 안에서 노사가 합의로 풀 문제다.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정부와 민간이 해법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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