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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노인 인력 활용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 서두르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5 18:25

수정 2024.07.15 18:25

연공형 임금 바꾸고 개혁 고삐좨야
폐업 자영업자 재취업 길도 열릴것
지난해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70대 이상 취업자가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들 인구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15만명 급증한 192만여명으로 집계됐다. 60대 이상 취업자도 28만명 넘게 증가했다. 고령에도 일을 마다하지 않는 건강한 노년층은 국가 성장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은퇴 후 갈 곳이 없어 저임금·저숙련 일자리만 전전하는 노년층이 많아진다면 생각해 볼 문제다.

노동시장의 고령화 추세는 향후 더 공고해질 것이라는 점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당장 내년부터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웃도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 1000만명에 육박하는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는 올해부터 10년 내 순차적으로 은퇴를 시작한다.

2차 베이비부머는 전체 인구의 20%에 육박한다. 이들은 과거 어느 세대보다 근로욕구가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하지만 시장 추세를 보면 이들 역시 지금의 60대, 70대처럼 수십년에 걸쳐 쌓은 경력과 무관하게 저숙련 일자리로 재취업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20~75세 남성 취업자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르면 연령이 높을수록 반복적이고 육체적인 업무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임금에 시달리다 자영업자가 된 뒤 여러 이유로 사업을 접고 실업자가 된 중장년 문제도 같은 범주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폐업 후 일자리를 못 찾는 자영업자가 1년 새 20% 넘게 증가했다. 최근 수년간 60대 창업자가 크게 늘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대출금 연체 등의 고통을 겪고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한계상황의 자영업자들에 대해 과감한 채무조정 등 금융지원이 수반돼야 하지만 이런 방법은 단기처방에 불과하다. 고령자들이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것은 일할 의욕은 여전하지만 이를 충족할 만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충분한 준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창업에 발을 디디고 빚수렁에 빠진 뒤 실업자가 되는 악순환 고리는 끊어야 한다.

노년의 기술과 경력을 우리 사회가 적극 활용하기 위해선 경직된 시장을 유연하게 개혁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작되면 연간 경제성장률이 최대 0.38%p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현장에서 즉각 투입 가능한 숙련공을 내보내는 기업들도 심각한 인력난에 봉착할 수 있다.

연공서열형 임금구조를 과감히 수술해 생산성 평가에 따라 임금을 정하는 방식이 답이 될 수 있다.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책이 일자리를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이다. 경력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구조에선 중장년, 퇴직자 재고용이 쉽지 않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사가 단체교섭에서 합의한 숙련 재고용 확장 제도는 이런 점에서 모범이 될 만하다. 생산직 근로자의 정년 후 촉탁계약 기한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는데, 임금은 신입사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서로가 원하는 바를 얻은 것이다.

시장 유연화를 전제로 한 정년연장 논의도 시작할 필요가 있다.
강제로 정년연장을 추진하면 청년세대와 갈등을 부추기고 기업에도 막대한 부담이 된다. 정년연장은 노동개혁의 큰 틀 안에서 노사가 합의로 풀 문제다.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정부와 민간이 해법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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