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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집값 거품·가계부채 억제 위해 불가피한 금리 동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2 18:36

수정 2024.08.22 18:36

한은 금통위 13번째로 3.5% 동결
부동산 안정 보며 인하 판단해야
22일 열린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제공=한국은행)/사진=뉴시스
22일 열린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제공=한국은행)/사진=뉴시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 3.5%로 묶은 이후 13번째다. 금통위는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외환시장의 경계감도 남아있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하론이 그동안 제기됐지만 동결로 결정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다. 최근의 집값 상승과 함께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린다면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이번만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를 찾을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동결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문제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기다. 수출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내수는 침체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분기 전국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2.9%나 줄었다. 기업 업황을 보여주는 전 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이달에 전월보다 2.6p 떨어진 92.5를 기록, 2개월째 내림세다. 수출과 내수가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체 산업생산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수치가 나타나고 있어도 반도체와 자동차 부문을 뺀 다른 산업들은 작년보다 업황이 더 좋지 않다.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영향력이 커서 착시를 일으키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현재의 전반적인 경기상황은 나쁘다고 봐야 하고, 부양책을 써야 한다. 그러자면 금리를 내리는 것이 맞는다.

경기와 물가, 부동산 사이에서 기준금리 결정이 딜레마에 빠지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결국은 정책목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우선으로 놓고 금리의 방향을 정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서는 가계부채 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8·8 부동산 대책에도 아랑곳없이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폭등세는 그칠 줄 모른다. 아파트 한 채가 수십억원을 넘어가는 현실이 거품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이대로 방치해 언젠가 버블이 붕괴되는 상황에 이르면 경제는 큰 타격을 받는다. 금리 억제뿐만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추가 대책이 요구된다 하겠다.

다만 우리 금리정책이나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기준금리는 다음 달 인하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 금리가 미국 금리를 반드시 따라갈 이유는 없지만, 미국을 포함한 세계의 금리 흐름을 외면할 수는 없다. 금리인하 시기를 조율하고 있던 미국은 경기침체 조짐이 갑작스럽게 나타나자 실기(失期)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우리는 경기와 부동산 사이에서 상황 변화를 지켜보면서 가장 적절한 금리인하 시기를 선택함으로써 실기의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미국의 금리인하 이후 우리 경제의 흐름을 확인한 뒤 인하 여부를 그때 가서 다시 결정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사이에 어떤 돌발변수가 생길지도 예측할 수 없다. 중동 정세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확전 양상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국내 물가는 다시 치솟을 수 있다. 세계 경제는 언제든지 요동칠 요인을 품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대외환경 급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문제가 닥칠 때마다 국내 경제가 충격을 덜 받을 수 있도록 대비책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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