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저승사자'로 불린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은 2021년 9월 당시 취임사에서 '가계부채'라는 단어만 다섯 차례 언급했다. 고 위원장 취임 직전인 2021년 7월 가계대출은 15조3000억원 늘어나면서 역대급 증가세를 보였다. 가계대출 증가율 역시 10%대를 뛰어넘으면서 고 위원장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도 집값 상승과 추가 상승에 대한 공포심리가 가계부채 급증을 이끌었다. 2021년 당시 수도권 집값은 10.6%, 수도권 전셋값은 8.7% 상승했다. 정부가 2020년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었지만 임대차2법 시행 부작용으로 전셋값이 폭등하고, 이는 늦기 전에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패닉바잉'으로 이어졌다.
금융당국이 2021년 4월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했지만 매수심리를 꺾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해 8월 가계대출이 1700조원을 넘어서자 시중은행 사이에서 주택담보대출 전면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전세자금대출과 담보대출, 집단대출 한도 축소까지 벌어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실수요자들의 불만 글이 폭주했다.
지금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9조6259억원 폭증했다. '영끌·빚투'가 극성이던 2021년 4월(9조2266억원) 수준을 넘어서는 역대 기록이다.
은행들의 잇단 가계대출 조이기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추가 규제 예고에도 주택 매수를 위해 지방은행과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리는 차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번 부동산 상승장은 다주택자가 아닌 무주택 실수요자와 1주택 갈아타기 수요자라는 점에서 이자부담 증가와 상대적 박탈감 등 부작용은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인위적 대출규제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얘기한다. 2021년 당시 집값이 꺾이는 변곡점이 된 주요 요인은 금융당국의 대출규제가 아닌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매수심리 하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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