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 셰일 석유 생산도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셰일 석유 업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혼돈(카오스)’과 유가 하강 정책이 미 석유 생산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산유량 확대 정책인 “드릴, 베이비 드릴 (Drill, baby drill)” 어젠다가 그의 정책 혼선과 관세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댈러스 연방은행 설문조사에서 이 지역 셰일석유 업체 경영진들은 트럼프의 무역 정책과 말들이 자신들의 석유 탐사, 생산 계획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세일 석유 업체 경영자는 “이 행정부의 혼돈이 상품시장에는 재앙”이라면서 “(트럼프의) ‘드릴, 베이비 드릴’은 그저 신화이자 포퓰리스트 정치인의 유세용 외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관세 정책은 우리에게는 예측 불가능한 것이 됐다”면서 “목표도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경영자는 “우리는 더 많은 안정성을 원한다”고 못 박았다.
또 다른 세일 석유 업체 경영자는 “지금까지 2025년을 설명하는 핵심 단어는 ‘불확실성(uncertninty)’이며 상장사로서 우리 투자자들은 이 불확실성을 혐오한다”고 말했다.
또 어떤 경영자는 정책 리스크로 인해 석유 탐사와 생산 투자, 이른바 업스트림 투자에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를 시기가 온 것으로 보인다고도 말했다.
FT에 따르면 댈러스 연방은행의 분기 설문조사는 텍사스를 비롯해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 생산지역인 남서부의 석유 탐사 활동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지역은 또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에 몰표를 안겨 준 곳이기도 하다.
익명으로 제출되는 이들 세일석유 경영진의 설문 답변은 지난 수년 미 셰일 석유 업계의 속마음을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자료로 간주돼 왔다.
트럼프 취임 이후 처음 발표된 이 설문조사에서는 화석연료 부활을 선언한 트럼프의 정책과 달리 세일 석유 업체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 활동이 가장 활발한 텍사스와 뉴멕시코에 걸쳐 있는 퍼미안 분지에서도 같은 답이 나왔다.
130개 업체들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 조사에서 퍼미안 분지의 석유 탐사와 생산을 하고 있는 업체들 경영진 대부분은 올해 1분기 불확실성이 급증했다고 답했다.
응답자 약 3분의1이 사업 전망이 지난해 말 이후 악화했다고 밝혔다.
미 셰일 석유업체들은 이와함께 현재 배럴당 약 70달러 수준인 유가가 더 떨어지면 셰일 석유 업계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셰일 유정의 석유 부존량이 급속히 줄어드는 것을 감안할 때 생산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꾸준한 자본 유입이 필수적이라고 이들은 호소했다.
래피디언 에너지 그룹 선임 거시에너지 애널리스트 헌터 콘핀드는 “이번 설문 조사는 ‘드릴, 베이비 드릴’ 어젠다를 둘러싼 시장의 압도적인 회의적 시각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관세는 이들에게 ‘추가 투입 비용’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콘핀드는 또 배럴당 50달러 유가가 이들에게는 석유 생산에 ‘부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50달러 유가를 목표로 하면 미 전역의 석유 생산이 줄어들기 시작한다면서 설상가상으로 “불확실성 고조는 (생산자들의) 생산 계획, 또는 잠재적인 생산 확대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의 통상정책 보좌관인 피터 나바로는 최근 배럴당 50달러 유가가 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억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 장관은 미 셰일 석유 생산이 확대돼 배럴당 50달러 유가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댈러스 연방은행 설문조사에서 한 응답자는 “미 행정부가 추구하는 50달러 유가 위협으로 인해 우리 회사는 올해와 내년 자본지출을 축소하기로 했다”면서 “(트럼프의) ‘드릴, 베이비 드릴’은 배럴당 50달러 유가를 부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현 행정부의 말들은 도움이 안 된다”면서 “유가가 계속 떨어지면 우리는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날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월 인도분이 전장 대비 0.65달러(0.94%) 오른 배럴당 69.65달러로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이후 마감가 기준 최고치다. WTI는 19일 이후 25일 하루를 빼고는 매일 상승했다.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5월 물이 0.77달러(1.05%) 뛴 배럴당 73.79달러로 올라섰다. 브렌트는 19일 이후 엿새를 내리 오르며 배럴당 2.72달러, 3.8% 급등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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