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흡연·ADHD 치료제 사용 전력 사전고지 미흡
'어깨 관절 손상' 진단 근거, 계약해지도 정당 사유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국내 프로야구 진출을 추진하던 외국인 투수가 금지약물 사용 전력 미신고와 계약 승인 전 신체검사(메디컬 체크) 탈락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 구단에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광주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정영호 부장판사)는 미국 국적의 프로야구 선수 A가 기아타이거즈 구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6일 밝혔다.
미국인 투수인 A씨는 2023년 말 지난해인 2024시즌을 앞두고 기아타이거즈와 기본연봉 30만 달러 등의 내용을 담은 입단 계약을 맺었다.
계약 조항에는 '계약 최종 승인 이전에 구단 요청으로 구단 지정 의료진에게 건강 검진을 받아야 한다'와 '선수의 약물 남용에 대한 무작위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거나 거부할 경우 구단이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있다' 등이 담겼다.
이에 따라 A씨는 미국 현지 정형외과 메디컬 체크, 국내 정형외과 교차 검진 등을 거쳤다.
구단은 지난해 1월 A씨의 스포츠 에이전트에게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이유로는 A씨의 대마초·애더럴(각성제 일종) 사용 전력, 메디컬 체크의 미통과 등을 들었다.
A씨 측은 구단이 계약 이행에 응하지 않자, "구단 측의 계약 해제는 부적법하거나 정당한 이유가 없는 이행 거절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A씨 측은 A씨가 받을 수 있었던 계약금·연봉 등 90만 달러를 비롯해 총 120억 달러를 손해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리그 시작 전 계약
해지에 따른 선수 가치 하락, 메디컬체크 탈락 취지의 허위정보 공개에 따른 위자료까지 요청했다.
실제 당시 '계약 성사 전까지 갔던 투수가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행했다'는 구단의 외국인 선수 영입 관련 보도도 있었다.
A씨 측은 이 중 일부인 한화 5억여 원을 구단이 지급하라며 청구 취지를 밝혔다.
이에 대해 타이거즈 구단은 메디컬 체크 결과를 승인한 사실이 없고, A씨가 상습적인 대마 흡연과 금지약물 복용 사실을 구단에게 성실히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위반했다며 계약의 해제가 적법하다고 맞섰다. 계약 내용을 외부에 유출한 사실도, 제 삼자에게 계약 내용을 공개한 사실도 없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계약 체결 이후 구단 측 현지 스카우트와의 저녁 식사 도중 '지난 8년 동안 매일 대마를 흡연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 A씨 주장대로 미국의 일부 주(州)에서는 대마 흡연이 합법이기는 해도, 계약 이후 활동하게 될 국내에서는 대마 흡연이 형사처벌 대상인 점을 고려하면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더욱이 A씨의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병력에 따른 금지약물을 장기 복용했다는 사실은 계약 전에 구단에 미리 알려줬어야 할 계약 관련 중요 사항이다. A씨가 구단에 제공한 '의료 기록 접근 코드' 정보를 통해 약물 처방 내역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계약 체결 이후 일주일 지나 제공했다. 사전 고지 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 계약 해제는 적법하다"며 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메디컬 체크 탈락에 따른 계약 해지 사유에 대해선 "계약서에서 정한 '검사 결과 선수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A씨 측의 언론 보도를 통한 기밀유지 의무 위반 또는 명예훼손 주장에 대해서도 "제출된 증거 만으로는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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