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TV를 놓고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라이브도어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니혼방송간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니혼방송은 지난 23일 총 4720만주에 이르는 신주 예약권을 후지TV에 할당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후지TV가 신주 예약권을 행사하면 이미 니혼방송 주식 3280만주를 보유한 후지TV는 지분율을 최대 71%까지 높일 수 있다.
이는 신흥 인터넷 업체인 라이브도어가 후지TV의 최대주주인 니혼방송 주식을 대량 매입하자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해 이른바 ‘독약처방(poison pill)’을 내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니혼방송 지분율을 40.5%까지 높인 라이브도어는 지분율이 16.6%로 떨어져 경영권 확보가 어렵게 된다.
이에 대해 라이브도어는 니혼방송의 결정을 ‘증시 교란행위’로 규정, 법원에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할 계획이다.
NBS의 가메부치 아키노부 사장은 “우리는 후지산케이그룹의 한 부분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이 방법이 니혼방송의 기업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후지TV가 신주예약권을 모두 행사할 경우 니혼방송이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기준을 어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쿄 증시에선 한 기업의 10대 주주 합산 지분이 80%를 넘어설 경우 해당 종목이 상장 폐지된다. 또 발행주식이 늘면서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쳐 기존 주주들에게 불이익을 줄 가능성도 크다.
라이브도어의 호리에 다카후미 사장은 “만약 니혼방송이 후지TV나 제3자에게 주식을 파는 ‘백기사’ 전략을 쓴다면 라이브도어는 신주예약권 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할 것”이라며 “이는 인수합병을 막으려는 의도 이외에 그 어떠한 정당성도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오는 3월까지는 니혼방송 주식 50% 이상을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오는 6월 열리는 니혼방송 주총에서도 표 승리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재계에서 적대적 M&A 시도는 흔치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올해 32세에 불과한 인터넷 신흥기업 사장이 외국 자금을 동원해 전통 기업을 인수하려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적대적 M&A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해 경영권 양도에 필요한 주총 결의 요건을 더 까다롭게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cameye@fnnews.com 김성환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