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하는 '무등록 불법업체' 잡기엔 역부족인 '현장점검'
공인중개사들 '재산상 피해'와 관련 없는 단속에 손님과 카페서 만나
공인중개사들 '재산상 피해'와 관련 없는 단속에 손님과 카페서 만나

[파이낸셜뉴스] 정부와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과열된 서울 아파트 시장 관리를 위해 지난주 중개사무소 현장점검에 나섰지만 정작 교란의 주범인 '무등록 불법 중개업소'는 한 곳도 적발되지 않았다. 제도권을 벗어나 활동하는 탓에 애초에 점검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점검 대상에는 등록된 공인중개소만 포함됐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주부터 강남3구, 투기과열지구, 한강변 유망 단지 등을 중심으로 토허제 해제 이후 실거래 기록이 있는 공인중개사무소의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점검은 지난 거래 내역을 살펴보며 미비한 서류는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난주 단속 대상이 된 잠실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 중개소를 운영하는 A씨는 "매매가를 우리가 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요즘은 인터넷에 실거래가 다 뜨니까 소유주들이 알아서 정해오는 건데 우리 탓을 하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반포 B 공인중개사는 "우리 구역은 지난주 단속 대상은 아니었지만 옆 상가 중개인들은 사무실 문을 닫고 매물 앞에서 고객을 만나 둘러본 뒤 카페에서 상담을 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공인중개사들의 호소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지도단속은 상시든 불시든 당연히 이뤄질 수 있지만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며 "'재산상 피해를 막겠다'는 당초 목적과 위배된 지금의 점검은 음주운전자 잡으랬더니 안전벨트 안 맨 사람 잡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시세조종 등 불법행위 주체는 주로 무등록 불법 중개업소라는 게 중개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이들은 음지에 숨어 불법을 일삼기 때문에 찾아가는 점검으로는 적발이 쉽지 않다.
서울시 확인 결과 지난주 현장점검에서 무등록 불법 중개업소는 한 곳도 적발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1차적으로 현장조사는 중개사무소에 대한 지도 점검 권한이 있는 서울시나 자치구에서 실시하지만 미등록 업체는 중개사무소가 아니라 '개인'에 대한 조사기 때문에 소환 등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신뢰할 만한 증거를 가지고 민생사법경찰단이나 관할 경찰서로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1차 점검 시 미등록 업자들을 수소문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세조종의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빙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무등록 불법 중개업소는 부동산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주범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등록을 하지 않고 중개업을 하거나 본인 혹은 제3자의 부당한 이익을 목적으로 거짓으로 거래가 완료된 것처럼 꾸미는 등 부동산 거래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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