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장르 간 구분이 모호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사진은 작가가 자신의 아이디어와 예술적 감각을 구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사진은 사진 그 자체로서도 강한 생명력을 지니지만 사진 이미지를 활용한 조각·회화·설치에 적극 수용되면서 새로운 현대 미술을 낳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기술의 발달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사진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회가 열린다. 오는 10월 1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02-418-1315)에서 열리는 ‘요술·이미지’전이 그것으로 현대 미술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사진과 함께 사진을 활용한 회화·조각·설치 등의 다양한 장르의 작품 50여점을 만나볼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김준, 배준성, 임택, 장승효, 전소정, 정연두 등 최근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젊은 작가 14명이 참여한다.
전시는 회화와 사진의 경계, 입체와 사진의 경계,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디지털 이미지, 영화 같은 사진·연극 같은 사진 등 4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먼저 회화와 사진의 경계는 작가 배준성, 유현미, 이명호, 장유정, 조병왕 등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사진뿐만 아니라 회화적이거나 조각적인 기법을 활용하는 작가가 참여한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은 회화적인 사진 또는 회화인지 사진인지 모호한 평면작업으로 나타난다.
입체와 사진의 경계에 참여하는 강영민, 권정준, 장승효, 홍성철은 사진을 입체로 재구성해 의도적으로 평면성을 무너뜨리거나 이미지를 왜곡한다. 또 김준, 이중근, 임택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이미지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이미지를 통해 시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자본주의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풍자한다.
마지막으로 정연두와 전소정은 사진이라는 결과물뿐만 아니라 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 또한 작품의 일부분으로 승화시켜 영화 같은 사진 혹은 연극 같은 사진을 선보인다. 사진과 영상을 활용해 사진의 이면에 숨겨진 과정을 정교하게 노출함으로써 관람객의 자유로운 작품 해석을 유도한다.
이계영 한미사진미술관 큐레이터는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사진 이외의 장르에서 출발해 자신만의 진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사진을 활용하게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이들에게 장르의 구분은 더이상 의미가 없으며 중요한 것은 예술적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해 사진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를 얼마나 창의적인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말한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사진설명=임택 ‘옮겨진 산수유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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