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 발라드곡 '끌림' 6년만에 발표
한 곡씩 정성들여 12개월간 12곡 계획
한 곡씩 정성들여 12개월간 12곡 계획
"데뷔 20년이요? 완전하게 채우지 못한 시간이었죠. 20년을 지나온 게 자랑스럽다기보다 부끄러운 부분이 더 많아요. 누군가는 부딪히고 경험하면서 맷집이 생긴다고 하던데 제 안엔 여전히 약한 면이 있더라고요. 저는 숨었다 올라오는 방식으로 힘들었던 시간과 상처를 치유하는 사람이었고요. 스스로 제 자신을 밀어붙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서야 '나는 이 정도의 그릇을 가진 사람이구나'하는 걸 받아들이게 됐어요. 이제 큰 욕심 부리지 않고 꾸준히 해보려 해요."
양파가 브리티시 발라드 곡 '끌림'을 들고 돌아왔다. 정규앨범 발매 이후로는 10년 만이고, EP 싱글앨범으로는 6년만에 선보이는 신보다. 꽤 오랜 공백을 깨고 새롭게 선보이는 셈이지만 그래도 그는 간간이 그의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2년 전인 2015년에는 MBC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3'에서 가왕을 차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고, 지난해 이맘때부터 올 봄까지는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주인공 레이첼 마론 역을 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파는 "자신의 노래를 하는 가수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해왔고, 그런만큼 음악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졌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가 직접 작사에 참여한 신곡 '끌림'은 그리웠던 사람과의 재회를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을 담고 있다. 서울 홍대앞 한 카페에서 가수 양파를 만났다.
―'브리티시 발라드'라는 색다른 장르의 곡을 들고 나왔다.
▲음악 작업을 할 때마다 도달하고 싶은 음악인으로서의 목표가 반복되는데 그중 하나가 원래 해온 음악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변화할 것인지였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늘 변화하는 쪽을 선택해왔던 것 같다.
―이번에 한 곡을 들고 나왔지만 향후 1년간 총 12곡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음악 시장이 많이 변했다. 열 몇 곡의 앨범을 한 장에 담으면 그 가운데 한 곡도 들어주기 힘든 시장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한 곡씩 정성들여 내고, 나중에 그 곡들을 모아서 정규 6집 앨범으로 칭하기로 했다. 윤종신 선배처럼 매달 한 곡씩 못을 박듯 내지는 못할 것 같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완성되는 대로 좋은 시기에 발표할 예정인데 단지 큰 틀 안에서 12개월인거다. 현재 3~4곡 정도가 준비과정에 있는데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미니앨범처럼 몇 곡을 묶어서 낼 수도 있다.
―작사에 직접 참여했다. 모티브가 된 경험이 있었는지.
▲가사를 쓸 때 개인적인 경험들도 있지만 거기서 실마리를 뽑아 상상을 더하면서 풀어간다. 이번 곡 같은 경우에는 정말 여러 다른 가사 후보군들이 있었다. 여러 버전 중에서 이게 가장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했다. 요즘 내 머릿속 화두가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을까'이다. 주변 친구들을 돌아보니 외로워하는 모습이나 설레고 싶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았다. 나이가 들수록 설레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그런 상태를 표현한 곡이다.
―앞으로 1년간의 앨범 작업에서 다양한 콜라보를 시도한다는데.
▲사실 처음엔 6집 앨범을 내 음악으로 다 채워야지 했었다. 그러다 그 생각이 어쩌면 오만이거나 욕심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듣고 싶어하는 노래가 있고 기대하는게 있는 거니까 보편성을 가져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나얼 오빠랑 친해서 자주 보는 사이인데 작곡을 해주셔서 같이 작업을 할 생각이고, 윤종신 오빠, 검정치마(조휴일)도 같이한다. 검정치마 분들은 제가 팬인데 최근에 로맨틱 록 장르의 곡을 만든걸 보고 발라드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이밖에 샘킴이라는 친구도 좋아하고 힙합하는 분들과도 무언가를 해보려 생각중이다.
―향후 콘서트 계획은.
▲의욕은 많은데 이걸 현실화하려면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내년 1월 컴백 공연을 계획했다가 여러 상황으로 현재 보류중이다. 지금은 한 곡만 나온 상황이라 공연을 바로 하면 옛날 노래를 더 많이 불러야 한다. 그래서 3~4곡 더 나온 이후가 되거나 아니면 내년 이맘때 12곡을 다 모아서 정규앨범을 발표하면서 공연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큰 공연장보다 관객과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 한옥이나 작은 공간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단 생각도 있다.
―재작년 '나는 가수다 3'에서 가왕이 되면서 방송 출연 제의도 있었을텐데.
▲물론 러브콜은 많았는데 제가 물 들어올 때 노를 못젓는 성격이더라. 잘 됐을 수도 있지만 그때 소속사 없이 혼자 활동하다 보니 프로그램 끝나면 어디론가 떠나 쉬고 싶단 생각뿐이었다.
―지난해 이맘때 뮤지컬 배우로 새로운 도전을 했고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앞으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할 계획도 있나.
▲물론 좋은 기회가 오면 할 생각이다. 지금 밝힐 순 없지만 의견 조율 중인 것도 하나 있다. 하지만 그때 뮤지컬 '보디가드'를 선택했던 건 뮤지컬이라서가 아니라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였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노래의 연장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정말 쉽지 않았고 마치 20년 전 처음 데뷔했을 때처럼 어설픈 경험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 많았고 이를 통해 오히려 '내가 가수구나'라는 걸 뚜렷이 느꼈던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나온 20년 보다 앞으로 20년 동안 발표할 노래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늘 젊은 생각을 갖고 살고,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용기있게 나이들어갔으면 좋겠다. 내 자리를 지키는 사람. 그 생각이 담긴 곡을 만들고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게 꿈이기도 하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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