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오출금 사고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금전적 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빗썸 이용자 이모씨 등 6명이 빗썸 운영사인 빗썸코리아를 상대로 “오출금 사고 피해에 대해 11억여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고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유튜브와 정보기술(IT) 커뮤니티 클리앙에 게재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씨 등은 지난 2018년 11월 22일 빗썸에 접속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타 거래소로 송금하기 위해 주소록에 저장돼 있던 주소를 클릭해 출금을 요청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해당 주소가 아닌 정체불명의 다른 주소로 출금이 됐다.
졸지에 비트코인을 잃은 이씨 등은 빗썸 홈페이지와 고객센터 등에 문의한 결과 “오늘 새벽부터 동일한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회사 측에서 원인을 파악 중이니 조금 기다려 달라”, “빗썸에서 공식적으로 잘못했다고 하기 좀 그렇기는 한데 어쨌든 원인은 저희가 맞다”, “주소입력이 갑자기 바뀌는 거에 대해서 말씀드렸던 거다. 그 부분은 회원님의 어떤 실수나 잘못이 아니니 걱정하실 필요 없다” 등의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피해 보상을 놓고 빗썸 측과 갈등을 빚으면서 민사소송까지 벌이게 됐다. 이씨 등은 사고 당시 515만9000원이었던 1비트코인의 시세는 변론종결일에 가까운 지난해 11월 24일 기준 2114만1000원으로 급등했다며 이번 사고로 인한 특별손해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빗썸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배상 금액은 사고일 종가를 기준으로 산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들이 요청한 출금 주소와 실제 피고 서버에 전송되는 출금 주소의 동일성을 확인할 의무를 다하지 않는 등 유상임치계약상의 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출금 요청 과정에서 변조된 주소가 전송되게 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와 유사한 경우 다른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인터넷 뱅킹에서는 거래 자체를 거절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랩이 원고들이 사용했던 컴퓨터를 포렌식 분석한 결과 영향을 줄 만한 흔적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원고들의 접속 지역이 달랐고 컴퓨터 운영체제 또한 다양해 원고들의 귀책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만한 뚜렷한 근거가 발견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사고 당시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을 알 수 있었다거나 원고들이 그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고 이를 처분해 시세차익에 관한 이익을 확실히 취득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원고 측 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동인 서기원 변호사는 “그동안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오출금 사고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대부분 거래소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는데, 아마도 오출금 사례로 배상을 받는 최초 판례가 아닌가 싶다”며 “지금도 거래소들이 법령의 규제 안에 있지 않다 보니 고객들의 수수료는 다 받아가면서 피해가 생기면 ‘나 몰라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쉬운 건 그 사이 비트코인 가격이 엄청 올라서 배상을 일부 밖에 받지 못하는데 항소해서 다퉈볼 생각”이라며 “비트코인은 그 사이 가격이 떨어지면 거래소가 손해일 수 있는 반면 가격이 오르면 고객이 손해일 수 있어 비트코인으로 돌려주는게 상호 이해관계가 맞다고 주장해보려 하며 비트코인을 민법상 물건으로 볼 수 있는지도 따져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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