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타면 탈수록 더 짜릿하다."
이탈리아 럭셔리 스포츠세단 마세라티 기블리 S Q4(4륜 구동)은 타면 탈수록 그다음은 무엇을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마력(魔力)을 가진 차였다. 외관은 세련미가 돋보이는 스포츠세단에 가깝지만,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거는 순간 '둥둥둥'하는 낮은 배기음을 내며 스포츠카 느낌을 냈다. 잔잔한 진동이 시트를 타고 온몸으로 전해졌는데 다른 차들에선 느껴보지 못한 맛이었다.
또 특이한 건 '둥둥둥 퉁 둥둥둥둥둥 퉁' 식의 불규칙한 패턴으로 다소 강한 진동이 전해진 점이다. 묘사한다면 흡사 말이 달리기 전 앞발을 툭하고 차는 느낌이랄까. 본격적으로 달리기 전부터 '남다른 특별함'이라는 기블리 홍보 문구를 체감했다.
이번 시승차는 마세라티 '기블리 S Q4 그란스포트' 트림으로 서울시내와 양양 고속도로(서울~가평)를 달렸다. 시내 구간에선 주행모드를 일반, 고속도로에선 스포츠로 전환하며 주행했다.
기블리 S Q4의 첫 느낌은 거친 질주본능만 추구할 것 같았지만, 주행모드를 일반으로 놓고 가속페달을 섬세하게 운용하니 정숙한 주행이 가능했다. 거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반전매력이 있었다.
물론 일반모드에서도 엔진소리와 배기음이 실내로 들어왔지만, 창을 닫으면 안락함을 해치지 않는 정도였다. 스타트&스톱(오토스톱) 기능도 포함이 돼 있었는데 정차시 엔진이 꺼지면 차량내부가 고요해지면서 평온함이 배가 됐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적용된 전동시트를 몸에 맞게 맞추면 착좌감도 편했다. 다만 높은 방지턱을 넘을 땐 덜컹거림을 어느 정도 각오해야 했다.
속도를 내기 위해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니 돌변했다. 정차시 배기음은 일반모드 때보다 몇배는 더 커졌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으니 '귀로 타는 차'란 명성대로 속도와 주변 상황에 따라 다른 음질의 배기음을 내며 색다른 재미를 줬다.
기블리 SQ4는 3.0ℓ 6기통 엔진을 탑재해 최대 출력 430마력, 최대 토크 59.2㎏·m를 발휘한다. 기블리 모델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이다. 최고속도는 계기반엔 시속 310㎞까지 표시되지만, 시속 286㎞에서 제한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 정차 후 안전한 상태에서 제로백을 시험해봤다. 제로백 능력이 불과 4.7초에 불과한 만큼 쏜살같이 달려 나가는 쾌감을 맛볼 수 있었다. 듣기 나쁘지 않은 굉음과 함께 변속과 가속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차체에 떨림이나 흔들림 없이 도로를 꽉 움켜쥐며 달려 나갔다. 제로백에서 안정감이 느껴지는데 이후 이어지는 고속 주행에서 안정감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제동 능력도 뛰어났다. 고속으로 달리더라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안정감 있게 감속했다. 곡선 구간에서도 차체가 탄탄해 흔들림 없이 주행이 가능했다. 스티어링 휠 조향감도 만족스러웠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가속 및 감속하거나 코너를 돌때면 이따금 들리는 '바람 폭발' 소리에 매료됐다.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차체 오른쪽에서 바람끼리 크게 부딪히는 소리가 났는데 이 소리가 짜릿했다. 탈수록 더 타고 싶은 느낌이 들게 하는 재미요소 중 하나였는데, 마세라티에 어떤 소리인지 물어보니 의도한건 아닌 눈치였다.
시승차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안전편의사양도 갖췄다.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에 차선유지어시스트(LKA)·액티브사각지대어시스트(ABSA) 등을 추가해 안전성을 높였다. 사각지대 어시스트에 어라운드 뷰 기능까지 더해 큰 차체임에도 쉽게 주차할 수 있었다.
시승해보니 즐길 땐 스포츠카가 되지만, 출·퇴근용 데일리카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엿보였다. 전체적으로 잘 길들인 야생마라는 느낌이 들었다.
기블리 외관은 선형 디자인으로 백상아리를 닮았다. 전면에는 공격적인 디자인의 라디에이터 그릴 한 가운데 마세라티의 '삼지창' 엠블럼을 심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측면은 프레임리스 도어와 근육질 라인이 강조된 후미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차별화된 쿠페룩을 보여준다.
기블리 차체는 길이 4975㎜, 폭 1945㎜, 높이 1480㎜로 육중하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7.4㎞다. 마세라티 기블리S Q4 판매가격은 1억1640만~1억4300만원이다. 첨단안전편의 사양 등 풀옵션인 시승차량 가격은 1억9700만원 수준이다.
기블리는 시승한 그란스포트(GranSport)와 그란루소(GranLusso) 트림으로 구성돼 있다. 그란스포트는 금속 재질의 스포츠 페달과 스포츠 스티어링 휠을 적용해 그란루소 모델과 구분했다. 또 피아노 블랙 인서트 스포츠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적용하고, 3개의 독립된 에어 인테이크 디자인을 채택해 역동성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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