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화이자 백신 갑질에 놀아난 日.. 접종자 수도 한국에 역전 당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07 17:18

수정 2021.03.08 09:34

올림픽·선거 앞둔 스가 약점 잡아
교섭에 장관 나서자 "총리 나와라"
일본 정부의 코로나 백신 담당상을 겸하고 있는 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담당상(장관)/로이터
일본 정부의 코로나 백신 담당상을 겸하고 있는 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담당상(장관)/로이터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개 각료와는 상대하지 않겠다. 총리 나와라."

일본이 코로나19 백신 수급 교섭 과정에서 미국 화이자 제약에게 '심한 굴욕'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이자 제약의 백신이 애초 일본 정부의 계획대로 공급되지 않자, 일본 정부의 백신 담당 장관인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이 "내가 직접 화이자와 얘기 하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화이자 측의 답변은 "총리가 교섭에 나와라"는 것이었다고 7일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장관 따위'와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백신 쟁탈전으로 인해 몸값이 치솟은 화이자의 '갑질'에 일본 관가가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통신은 백신 확보가 절박한 일본이 화이자에 "농락당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화이자 측이 도쿄올림픽(7월), 자민당 총재선거(9월), 중의원 선거(10월)를 앞둔 스가 총리의 약점을 알고 고자세로 나섰다는 것이다.

화이자 백신 1억4400만회분(2회 접종 기준 7200만명 분)을 확보했다고 공표해 온 일본이 이같은 굴욕을 당한 이유는 애초 계약서 자체가 '불완전'했기 때문이다.

"계약서를 보여달라." 후생노동성은 지난 1월 백신 담당 장관에 임명된 고노 담당상의 이런 요구에 좀처럼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버티던 후생성이 마침내 공개한 계약서는 충격적이었다. 최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백신 공급시기, 수량은 자세히 제시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공급 역시 '합의'가 아닌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정도였다.

이미 일본 국민들은 7200만명 분의 백신이 공급될 줄로 아는 상황. "화이자로부터 보기 좋게 당했다"는 탄식이 흘러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백신 1병으로 6회까지 접종할 수 있는 특수 주사기를 끝내 확보하지 못할 경우, 약 1200만 명분도 날릴 수 있다.

접종자 수는 9일 늦게 개시한 한국에 따라잡혔다. 마이니치신문은 공급 지연이 예상되면서 접종 계획을 수정하거나 일단 중단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도쿄도(都) 아다치구는 당초 4월 중순부터 9월 하순까지 매주 2만명씩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었으나, 백신 공급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일정 조정에 들어갔다. 아다치구 관계자는 "의료 종사자와 접종 장소를 확보하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정작 중요한 백신이 공급되지 않는다"며 "4월 중 접종 개시는 일단 취소하는 것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달 17일 화이자 백신 접종을 개시한 일본의 접종자는 5일 오후 5시까지 의료 종사자 4만6000여명이다. 한국은 지난달 9일 개시, 5일 0시 기준 일본의 약 5배인 22만5853명이 접종했다.
7일 0시 기준 접종자는 31만4656명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