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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슈퍼추경 40%나 남겨...'재정의 배신' [도쿄리포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24 15:27

수정 2021.06.24 15:27

지난해 총 3차례, 750조원 규모 추경 편성 
현재 약 40%나 남겨...더딘 재정 집행 속도 탓 
'15개월 예산'으로 불리는 추경의 만성화 문제도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초일가 지난해 9월 일본 국회에 나란히 앉아 있다. 로이터 뉴스1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초일가 지난해 9월 일본 국회에 나란히 앉아 있다.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정부가 지난해 총 3차례에 걸쳐 750조원이란 '슈퍼 추경'을 편성했으나 이 가운데 40%의 예산을 쓰지 못한 채 쌓아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총생산(GDP)의 40%로, 세계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으로 일본 경제를 지키겠다"던 지난해 당시 아베 신조 총리의 공언(2020년 6월)도 1년이 지난 현 재 GDP의 7%수준의 지출효과만 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돈 푸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인데, 규모에 집착한 나머지 용처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예산을 편성한 점, 추경의 만성화 등이 불용·이월 예산이 폭증한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지난해 봄 부터 코로나 대응을 위해 총 3차례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일본에서는 보정예산이라고 칭함)총 73조엔(약 747조원)가운데 약 30조엔(31조원)이 사용되지 못했다.

지난해와 올 초 일본 경제가 크게 악화되고 있던 상황에서, 공표한 예산을 제 때 구사하지 못한 것은 '재정의 배신'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지난해 일본의 실질 국내 총생산(GDP)는 마이너스(-)4.6%로 전후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으며, 이어 올 1·4분기 역시 3분기 만에 마이너스(-1.0%)로 돌아섰다.

일본의 최고액권인 1만엔권. 뉴스1
일본의 최고액권인 1만엔권. 뉴스1

매년 3월 말을 결산월로 하고 있는 일본 정부는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에 본 예산 102조6000억엔에 1차 추경(25조6000억엔), 2차 추경(31조9000억엔), 3차 추경(15조4000억엔)을 합쳐 총 175조6800엔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3차 추경은 지난해 말 편성, 회계 연도상 2020년도에 포함되는 올 초 일본 국회를 통과했다. 3차례의 추경만 모두 합치면 73조엔(약 746조원)인데, 이 중 40%를 다 못썼다는 것이다.

가장 크게는 규모에 집착한 나머지 예산사용처를 확정하지 못한 채 예산을 통과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3차 추경예산에 포함된 탈탄소 관련 2조엔 기금의 경우, 지원 내용이 미처 수립되기도 전에 전체 기금 규모가 선행됐다. 어떤 분야에 어떻게 지원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된 것은 기업들의 공모가 막 개시될 무렵인 지난 4월이었다. 기업들로선 우왕좌왕할 수 밖에 없고, 집행 속도도 자연 떨어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와 여당에서는 성장정책 수립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올해도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른 하나는 추경의 만성화다. 3월 말이 결산인 일본에서는 습관적으로 이듬해 1~3월 추경을 편성해 왔다. 1년 12개월이 아닌 이른바 '15개월 예산'이다. 재정정책 규모를 크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1977년 후쿠다 다케오 정권이 추경예산과 1978년도 본 예산을 합쳐 액수를 말하기 시작한 게 15개월 예산의 시작으로 여겨진다. 확장적 재정을 강조한 아베노믹스가 가동된 아베 2차 내각(2012년~2020년)출범 이후부터 15개월 예산이 고착화되다시피 했다.
연도말 끼워넣은 추경이, 불용·이월예산으로 쌓이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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