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질문, 왜 한국 경제가 탄광 속 카나리아일까.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2%로 매우 높다.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한국 경제를 보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수출입 통계가 세계에서 제일 먼저 발표된다. 매월 1일 전월의 수출입 통계를 발표하는 나라는 한국 이외에 거의 없다. 또한 관세청에서 매월 11일에는 1~10일 통계, 21일에는 1~20일 수출입 실적을 보여준다. 한국의 수출입 통계에는 주요 업종별, 국가별 수출 통계가 포함돼 있다. 업종별 수출입으로 잘나가는 업종과 그렇지 못한 업종을 구분할 수 있다. 한국의 수출이 많이 늘어나는 나라가 경제성장이 높은 국가라 해도 지나치지는 않다. 이런 의미에서 일부 경제학자는 한국 경제를 세계 경제의 '풍향계'라고도 한다.
두 번째 질문, 한국 경제가 '탄광 속 카나리아' 혹은 '세계 경제의 풍향계'인가. 답은 '예스'다. 세계 경제의 향방을 미리 알려주는 경제지표 가운데 하나가 경기선행지수다. 이 중에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선행지수다. OECD는 매월 OECD 가입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주요 신흥국의 경기선행지수를 작성해 발표한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선행지수가 OECD 전체 선행지수보다 4~6개월 선행했다. 2000년 1월에서 2021년 7월까지 통계로 분석해보면 한국 선행지수가 4개월 앞섰고(상관계수 0.57),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에는 선행성이 6개월로 길어졌으나 상관계수는 0.68로 더 높아졌다. 한국의 선행지수는 OECD 전체 선행지수뿐만 아니라 미국 등 주요 개별국가의 선행지수에도 앞서갔다.
세 번째 질문, 지난주 반도체 중심으로 한국 주가의 급락이 다가올 세계 경제성장 둔화를 시사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럴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일 것이다. 선행지수를 작성하는 데 경기에 앞서가는 여러 가지 경제지표가 들어간다. 여기에는 주가와 장단기 금리차이가 포함된다. 주가가 하락하면 선행지수도 하락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장단기 금리차다. 한국의 10년 만기와 1년 만기 국채수익률 차이가 선행지수에 3개월 정도 앞서가고 있다. 그런데 장단기 금리차이가 지난 5월을 정점으로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2019년 9월을 저점으로 올해 7월까지 상승세를 이어왔던 선행지수가 8월 전후에 정점을 기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 선행지수의 선행성을 고려하면 OECD 선행지수는 올 연말 전후에 정점을 기록할 전망이다. 선행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시차를 두고 모든 경제지표가 나빠진다. 내년 세계 경제가 다시 수축국면으로 들어설 수 있다는 의미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행지수에 선행하는 장단기 금리차이의 축소에 이어 외국인 매도에 따른 주가 하락은 경기전망에 나쁜 신호임에 틀림없다. 주가지수(KOSPI)는 일평균 수출금액과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주가 하락은 곧 수출 증가세 둔화다. 이번에도 한국 경제가 '탄광 속 카나리아'일지는 수출과 OECD 한국 선행지수를 지켜보면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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