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올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는 유럽연합(EU)의 의회가 원자력 및 천연가스를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인정했다. 이로써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원자력과 천연가스 투자를 두고 찬반양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EU의 입법부 역할을 하는 유럽의회는 6일(현지시간) 표결에서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포함하는 방안을 가결했다. 유럽의회 의원 705명 가운데 639명이 투표에 참석했으며 328명이 찬성, 278명이 반대표를 냈다. 33명은 기권했다.
택소노미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한 것이며 EU 내에서 친환경 기술 및 산업 투자를 위한 기준 역할을 한다. EU는 지난 2020년 6월에 처음 택소노미를 발표하면서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목록에 넣지 않았지만 지난해 12월에 두 에너지를 택소노미에 추가했다. EU의 행정부 역할인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에 원자력과 천연가스가 들어간 새로운 택소노미 초안을 확정했다.
원자력 발전은 방사능 폐기물이라는 불가피한 부산물을 배출하며 천연가스로 발전을 하더라도 메탄이 발생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80배 높은 온실효과를 초래하는 물질이다. EU 내에서도 프랑스, 핀란드 등은 안정적인 전력 생산 능력과 탄소 배출이 없다는 점을 들어 원자력 발전을 지지했다. 반면 독일과 덴마크 등은 이에 반대했다. 유럽의회의 경제통화위원회와 환경보건위원회는 지난달 15일에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택소노미에 넣지 말아야 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6일 결정의 배경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산 석유 및 천연가스 공급이 줄면서 유럽 내 에너지 안보가 위험해졌다는 위기감으로 추정된다. 특히 프랑스는 전체 발전량의 약 70%를 원자력 발전으로 얻고 있다. EU는 이날 결정으로 인해 전체 27개 회원국 가운데 20개국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내년 1월 1일부터 원자력과 천연가스가 들어간 새로운 택소노미를 시행한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원자력 발전을 제외하고 액화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K택소노미’를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앞서 발표에서 오는 8월까지 원자력을 K택소노미에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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