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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시대 동떨어진 총수지정제 족쇄 풀 때 됐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19 18:10

수정 2023.07.19 18:10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6월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제정안 행정예고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6월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제정안 행정예고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기업집단 총수를 정하는 이른바 '동일인 지정 제도'에 대해 경제계가 19일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대한상의는 '동일인'이라는 명칭부터 시대 상황에 맞지 않고 과도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일인 관련자 범위에서도 사외이사는 제외하고, 공익재단의 기업집단 편입기준도 대폭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

상의의 건의문은 앞서 지난달 말 정부가 동일인 판단기준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행정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동일인 기준으로 기업 최고 직위에 있거나 최대 지분을 보유하거나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 등 5가지를 명시했다. 이전까지 기준도 없이 정부가 자의적으로 동일인을 정했던 방식과 비교하면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겠으나 이 역시 충분치 않다.
경영계 요구는 시대 상황과 동떨어진 제도를 현실에 맞게끔 손보자는 게 핵심이다. 언제까지 외면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총수 지정제의 후진성은 수도 없이 지적됐던 바다. 동일인 지정제가 도입됐던 때가 1986년이다. 그로부터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골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 자체부터 기막히다. 40년 전 국가 주도 산업화시대 기업의 독과점 문제는 정부 책임을 벗어날 수 없었다.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나 총수 사익편취 등 재벌 체제를 국가가 견제하는 것은 어느 정도 타당했다고 본다. 그렇지만 지금은 산업 토대와 기업 구조가 과거와 같지 않다.

우리는 기업의 혁신과 창의력이 국가성장을 좌우하는 4차 산업혁명기에 살고 있다. 벤처로 출발해 빅테크가 된 기업 창업자들에게 총수 굴레를 씌워 갖은 규제로 무한책임을 지우는 일은 국가경쟁력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서 총수 1인의 지배력보다 전문경영인과 이사회가 중심이 된 지 오래다. 더욱이 우리가 모델로 했던 일본의 경우 현실에 맞춰 제도를 이미 폐지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총수 지정제를 우리만 고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총수로 지정되면 얼굴을 본 적도 없는 친인척의 계열사 지분과 거래내역을 제출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엄격한 형벌이 따른다. 해외 글로벌 기업과 촌각을 다투며 사업에 매진해야 할 기업인들에겐 족쇄도 이런 족쇄가 없다.
1%대 저성장 고통의 터널을 벗어나려면 기업에 날개를 달아줘 훨훨 날게 해주는 것밖에 길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매번 발목만 잡는다.
정부는 이를 헤아려 낡은 제도 수술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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